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3년째 집 없이 사는 함희봉씨 - 두다리 뻗고 잘 곳만 있으면

namsarang 2013. 1. 27. 13:21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3년째 집 없이 사는 함희봉씨

 

" 두다리 뻗고 잘 곳만 있으면.."

▲ 함희봉씨는 "따뜻한 방에서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자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송경섭 신부가 함씨를 위로하는 모습.


서울 금호동 금남시장 뒷골목에 있는 한 허름한 여관. 10㎡ 남짓한 작고 옹색한 방에서 함희봉(69)씨가 외롭게 살고 있다. 어느덧 여관방 생활 3년째다.

 다리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오래 전부터 앓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두 번이나 수술을 받은 심장은 주기적으로 저려온다. 그런데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살았던 함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3년 전이다. 함께 사업을 벌였던 두 아들이 부도를 내고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뒷감당은 아들 부탁으로 대출 보증을 서준 함씨 몫이었다.

 그는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두 아들은 그 뒤 연락이 끊겼다. 그 날 이후 함씨는 말 그대로 '알거지'가 됐다.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잠은 24시간 운영하는 목욕탕에서 잤다.

 목욕탕을 전전하다가 2년 전부터 한 달에 20여만 원을 내고 사는 여관에 정착했다. 막노동을 해서 겨우 살아왔는데 이제는 몸이 아파 더 이상 일할 수가 없다.

 그의 생활비는 한 달에 9만원 가량 나오는 기초노령연금과 양말포장 상자를 만들어 버는 15만 정도가 전부다.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권자 지원은 신청할 수 없다. 여관비가 밀려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다.

 함씨는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은 함씨는 큰돈을 벌기 위해 1960년대 중동 사막에서 일했다.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보니 아내는 '바람'이 나 밖으로만 나돌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만 아내는 이혼을 선언하고 두 아들을 남겨놓은 채 떠났다.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자식을 키우며 갖고 있는 것을 다 내주면서 뒷바라지를 했지만 결국 쓸쓸히 혼자 남게 됐다. 그는 아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연락이나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함씨는 "시골에 있는 비닐하우스라도 좋으니 두 다리 뻗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지만 어떻게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후견인 : 송경섭(서울 금호동본당 주임) 신부

 함희봉씨는 가족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살고 있습니다.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경제활동도 불가능해졌습니다. 함씨가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작은 방이라도 마련할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이 사랑을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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