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조(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주사목은 사목과 복지를 겸해야 하는 직무다. 산재, 임금체불, 작업장 이동 등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부당한 처사로 인해 일어나는 송사를 돕고,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적응과 자활을 돕는다.
아울러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는 성경 말씀대로 그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또 주일에는 국제공동체를 맡아 이주민 미사를 봉헌하는 등 사목활동을 한다.
내 소망은 모든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의 3D 업종 기피로 인해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이주민 유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결정적 계기가 바로 88올림픽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서 저개발 국가 외국인들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장밋빛 꿈을 꾸며 온 이주민들은 한국에 살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한 이주노동자가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옮기고 싶다며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주일에는 꼭 성당에 가고 싶은데 사장님이 주일에도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주일에는 미사에 참례해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주님을 찬양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사장에게 말했더니 사장은 "그러면 직장을 옮기라"하고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나는 그가 주일에는 쉴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도왔고, 그는 지금 행복하게 새로운 직장에 다니고 있다.
또 어떤 이주노동자는 5년 고용허가제 기한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 갑자기 나를 찾아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고 수녀님과 함께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수습을 도우며 사정을 물어보니 그의 아내가 그가 차곡차곡 모아서 보낸 재산을 탕진해 지난 5년 고생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울먹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돌봤다.
이주노동자들은 참으로 많은 어려움, 갈등, 고민을 지니고 살아간다. 적지 않은 사장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노동력으로만 생각하기에 이주노동자들의 정서적 부분을 무시한다. 일을 더 시키기 위해 종교 자유를 말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정서적ㆍ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을 돕고 보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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