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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조련사를 믿었다, 사자들 야성을 찾았다… 삼성,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namsarang 2011. 9. 28. 23:58

 

초보 조련사를 믿었다, 사자들 야성을 찾았다… 삼성,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직행
류중일 감독 ‘맏형 리더십’에 투타 갈수록 강해져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 27일 잠실에서 두산을 꺾고 남은 8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삼성 선수단이 우승 기념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하늘 높이 날리고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가운데)은 사령탑에 데뷔하자마자 정규시즌 우승을 일군 감독이 됐다. 연합뉴스

“사자가 먹이를 잡을 때 왜 최선을 다하느냐고 물었죠.”

삼성 류중일 감독은 2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코치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선수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폼을 잡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야생동물의 왕으로 먹잇감을 못 잡으면 창피하기 때문에”가 답이었다. 야구에서도 창피하게 지지 말자는 거였다.

류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이날 6위 두산을 5-3으로 꺾고 76승 2무 47패로 남은 8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삼성은 선동열 전 감독이 지휘하던 2005, 2006년 2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석권한 이래 5년 만에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우승은 투타 전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선발(윤성환 차우찬 장원삼 저마노 매티스)과 불펜(정현욱 안지만 권혁), 마무리 오승환(1승 45세이브)은 탄탄했다. 타선에선 홈런 선두 최형우(29개)와 채태인 박석민 등 중심타선이 제몫을 했다. 여기에 류 감독의 맏형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이끌었다.

류 감독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삼성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을 거친 유일한 인물로 기록됐다. 그동안 8개 구단 55명의 사령탑 가운데 데뷔 첫해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사령탑은 원년인 1982년 OB(현 두산) 김영덕, 1983년 해태(현 KIA) 김응용, 2005년 삼성 선동열 전 감독에 이어 류 감독 4명뿐이다.

삼성은 이날 2회 두산 손시헌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반격했다. 3회초 2사 만루에서 최형우가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박석민의 볼넷으로 다시 만루. 강봉규는 우익선상으로 떨어지는 3타점 2루타를 날리며 5-2로 전세를 뒤집었다.
선발 차우찬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3실점했지만 10승(5패)째를 거뒀다. 마무리 오승환은 9회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고 시즌 45세이브이자 23경기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며 연속 세이브 부문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오승환은 3세이브만 추가하면 자신의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개) 기록도 경신한다.

삼성 선수단은 정규 시즌 1위를 기념하는 흰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과 기쁨을 나눴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 밖에서 “류중일”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은 계속됐다.

삼성 고위 인사들도 잠실구장에 총출동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 김응용 삼성 구단 고문 등이 정규 시즌 1위 현장을 지켜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전화로 정규 시즌 1위 등극을 축하했다. 문학에선 3위 SK가 최하위 넥센을 10-2로 이겼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