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최근 6경기서 4안타중 3개가 홈런… ‘해결사 본능’ 꿈틀
기사입력 2011-09-17 03:00:00
때리면 넘어가네… 李남자들, 쾅·쾅·쾅
오릭스 이승엽의 해결사 본능이 꿈틀대고 있다. 최근 6경기 동안 그가 친 안타는 불과 4개. 하지만 그중 3개가 홈런이고, 1개는 2타점 결승타였다. 영양가 만점짜리 타격을 하는 이승엽은 상대 투수들에게 점?� 무서운 타자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DB
16일 현재 타율 0.209에 11홈런, 41타점. 이름값을 생각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래도 상대팀 처지에서 이승엽(35·오릭스)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다. 이승엽이 그동안 슈퍼스타 대접을 받았던 것은 홈런을 많이 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린 영향이 더 크다.
대표적인 게 삼성 시절인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이상훈을 상대로 터뜨린 동점 3점 홈런이다. 이 한 방에 힘입어 삼성은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승엽의 해결사 본능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롯데 시절인 2005년 한신과의 저팬시리즈에선 1, 2, 4차전에서 홈런을 쳤다. 피날레를 장식한 4차전에서는 4타수 4안타에 3타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신 사령탑은 현재 오릭스의 지휘봉을 쥐고 있는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었다.
국제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에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예선에서는 8회말 역전 2점 홈런을 때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내내 부진하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결승 2점포를 쏘아 올렸다.
요즘 이승엽은 예전만큼 많은 홈런을 치진 못한다. 타율과 출루율도 많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맞으면 넘어간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하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요즘 이승엽의 방망이가 뜨겁다. 15일 라쿠텐과의 경기에서는 2-4로 뒤진 6회말 상대 왼손 선발 시오미 다카히로의 초구를 노려 동점 2점 홈런을 쳐냈다. 직선으로 날아가 스탠드에 꽂힐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오릭스는 연장 접전 끝에 5-4로 역전승을 거두고 3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9, 10일 세이부와의 경기에서도 이틀 연속 홈런을 쳤다. 16일 라쿠텐전에서는 1회 2사 만루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근 6경기에서 안타를 4개밖에 치지 못했는데 3개가 홈런이고 1개는 결정타였다. 한때 이승엽의 맹타에 속을 끓여야 했던 오카다 감독은 이승엽이 홈런을 칠 때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8월 15일 세이부전에서 연장 10회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승엽을 환영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서 ‘단기전의 명수’로 불렸던 이승엽이 올해도 가을의 전설을 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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