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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산다

namsarang 2011. 12. 31. 14:00

[사설]

 

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산다

기사입력 2012-01-01 03:00

 
“너의 집념을 보여줘. 지구를 좀 흔들어줘. 모두가 널 볼 수 있게. 역사는 새롭게 쓰여지게 될걸.”

귀엽고 자랑스러운 케이팝(K-pop) 한류(韓流)스타 ‘소녀시대’가 부르는 ‘The Boys’의 가사다. 한국에서 발원한 케이팝이 동남아를 거쳐 중동 유럽 미국을 돌아 멀리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오랜 세월 잠들어 있었던 한국인의 잠재력이 발현해 빚어낸 노래와 춤에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미군 용산기지에서 흘러나온 서양의 팝이 우리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시절에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끼가 있는 젊은이들이 앞서 도전해 이뤄냈다. 한국인은 가슴을 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북녘의 자유·민주·개방 이끌어 내야

우리가 내부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넓게 멀리 세계를 보면서 국운(國運) 개척에 힘을 모은다면 더 큰 일도 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선진국들은 국내 정치의 혼돈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은 서구의 상대적 쇠퇴와 맞물려 펼쳐질 ‘아시아의 시대’에 한국이 새롭게 선두권을 형성하는 원년(元年)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격랑의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는 심정으로 새해 새날을 맞는다. 어느 해인들 거센 파도가 밀려오지 않은 적 있으랴만 올해 나라 안팎을 둘러보면 참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해 “2012년엔 세계의 종말이 임박한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2년 한반도는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일의 급사(急死)와 아들 김정은의 3대 세습으로 긴장의 한 해가 될 것이다. 또 다른 북한발(發) 충격음이 터져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새해로 30세인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고 핵개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중국은 4세대에서 5세대로 권력교체가 이뤄지고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미국 중국은 정치 일정 때문에 북한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쏟거나 북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후견국가인 중국은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김정은 세습체제의 안착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도 김정은 시대의 안정화를 통한 핵 도발 방지를 희망하고 있다. 미중의 이런 자세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충분히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만 바란다면 김정일 사망 소식에 한 줄기 빛을 보았을 2400만 북한 주민이 다시 절망에 빠질 수 있다.

 

37년간의 철권 독재자이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최종 책임자인 김정일의 죽음은 한반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미국 중국과 협력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고, 북한 핵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 동포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날을 앞당겨 주는 것은 인류 보편의 가치 구현이자 민족 대의(大義)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에서 평화통일로 가는 대도(大道)다.

‘격랑의 시대’ 국가리더십 냉철한 선택을

북한 국방위원회는 “남녘 동포의 조의 표시와 조문단 북행길을 한사코 막아선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적 패당의 만고대죄는 끝까지 따라가며 계산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들은 세계를 향해 “우리에게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고 큰소리쳐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북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내부 결속을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안보 태세를 철통같이 다지는 일은 최우선 과제다. 안보가 흔들리지 않아야 국내외 자본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안보불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2012년에 진정한 국방개혁의 틀을 잡아야 한다.

2011년 ‘글로벌 분노’ 현상에서 보듯이 정치경제 체제를 둘러싼 난국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화와 기술 발달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경제가 정치를 응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 포퓰리즘이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서 과잉복지→재정위기→국가부도로 이어지는 위기를 불렀다. PIIGS 국민이 포퓰리즘 정치를 선호했고, 퍼주기 복지를 즐긴 결과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들도 심판을 받았다.

2012년은 ‘글로벌 정치 빅뱅의 해’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60개국에서 새로운 정치리더십을 선택하는 선거를 치른다. 이명박 대통령한테서 바통을 넘겨받는 18대 대통령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새 지도자들을 상대로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낼 역사적 소명을 감당해야 한다. 북한 김일성 왕조의 3대 세습자인 김정은이 한국 18대 대통령 5년 임기 중에 어떤 운명을 맞을지도 알 수 없다. 2012년 이후의 몇 년은 한반도 운명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대적 격랑을 5000만 국민과 함께 슬기롭고 용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것이 차기 대선의 핵심적 의미다. 깨어 있는 국민이라야 산다.

지역, 계층, 세대, 이념 등 온갖 갈등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계기로 분출될 경우 국가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 국민은 앞으로 4년간의 의회정치, 그리고 5년간의 국정을 맡길 정치인과 정당을 보다 냉철한 눈으로 선택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고 나서 1, 2년만 지나면 후회하고 개탄하는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 그러자면 허황한 공약과 감언이설(甘言利說), 국가경제 기반을 허물고야 말 복지 포퓰리즘에 현혹돼선 안 된다. 경제 성장을 위한 국민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정치인이야말로 나라살림을 망치지 않고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부모세대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땀 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무상복지 같은 눈앞의 단물만 빼먹으려다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 몫까지 탕진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공존 자본주의’로 국민 잠재력 결집할 때

양대 선거가 있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2012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전망한다. 유로 단일통화권의 채무위기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도 장기간 계속되는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우려가 상존한다. 대외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년에 발효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한미 FTA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료 교육 관광 보육 등 서비스업의 규제 혁파, 양질의 교육 및 직업훈련을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

시장경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번영을 창조한 제도다. 자본주의는 시대상황에 맞게 자기 변신을 꾀하는 유연성 덕분에 부러지지 않았다. 시장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공존(共存)자본주의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승자들이 파이를 독식(獨食)하려 들지만 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시장경제는 재정, 기업의 지배구조, 과세, 금융, 일자리 창출에서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양극화를 근원적으로 치유하자면 스스로 돈을 벌어 자립하도록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는 14억의 중국인이 못 따라오고, 컴퓨터나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과 하이테크 제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분노의 청춘’들을 건전한 직업인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선거정국에 휩쓸려 우왕좌왕하지 말고 오직 미래성장을 위한 길로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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