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소매물도 등대 - 이생진

namsarang 2012. 3. 25. 12:43

 

 

소매물도 등대

 

                                                                                                                                                   이생진 

 

 

 

 

산 하나 넘어서

물이 길을 내주면

맨발 벗고 가는 길

엉겅퀴 민들레 진달래

모두 빠져 죽은 것들의 넋

왜 이곳에서 피느냐 했더니

‘살아서 등대를 좋아한 탓’이라며

쓸쓸히 웃는다

그‘탓’

나도 그 탓 때문에 등대로 가는 거다

 

 

        이생진 시인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외딴 섬을 좋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섬이라면 유인도, 무인도 가리지 않고 찾다 보니 그의 발길이 닿은 섬이 천 곳이 넘는다.
특히 젊은 날 군대생활을 하였던 모슬포뿐만이 아니라, 성산포, 서귀포, 우도, 다랑쉬오름 등, 제주 어느 한 곳 그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 곳의 풍광을 사랑하여 곳곳을 걷고 또 걸어 다녔다. 그런 까닭에 올레길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제주 걷기 일주를 두 차례 하였으며, 지금도 틈만 나면 스케치북을 들고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섬들을 찾아가 직접 그 곳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시를 쓰며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