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신앙의 실천, 마음에 달렸다

namsarang 2012. 9. 2. 14:53

[생활속의 복음]

신앙의 실천, 마음에 달렸다

▲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 신학원장)


  유다인들은 요즘처럼 숟가락이나 포크 같은 식사도구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식사 전 손씻기는 위생학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유다인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행위, 특히 위생학적 행동은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데, 그것은 유일한 법 제정자인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모세 율법 안에 있는 모든 계명이 신앙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유다인들 삶과 신앙 일치 비결

 오늘날 우리에게 나타나는 신앙생활의 어려움은 믿음과 삶의 간격이다. 그 점에서 유다인들의 신앙과 삶은 우리와 대조를 이룬다. 성당과 생활터전에서 나타나는 너무 다른 방식이 현대인들에게 신앙생활의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곧 우리 삶의 행동은 미사전례나 기도 때와는 달리 그 신앙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점이다. 유다인들 삶이 신앙과 일치된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범이기도 하다.

 사실 신앙은 생활하는 모든 것과 만나야 한다. 예를 들어 식사 전후에 기도하는 십자성호 같은 일상의 매우 작은 행동은 그리스도교 영성과 깊은 관련이 있어 신앙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신앙과 생활의 깊은 관련에도 불구하고 유다인들에게 나타나는 문제는 겉치레 곧 형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마르 7,6).

 거룩한 신앙행위는 단지 외적 형식과 예식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단식을 예로 들어보면,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기억과 선행의 지향 없이도 단지 건강을 위해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럴 때 무신론자도 단식을 매우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법을 지키는 데 있어서 그 내적 정신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행하는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기억해야 한다(1코린 10, 31).

 그런 점에서 박물관 성화는 더 이상 신성한 느낌일 수 없다. 성화는 성당이나 신성한 공간에서 영에 이끌려 기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거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외적인 손씻기는 내적인 마음 씻기와 함께 만나야 온전한 정화가 된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길을 걸어가다가 가끔 땅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폐를 발견하곤 했다. 한 번은 땅에 지갑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지갑 속 지폐를 열어 보았다. 그때 가슴이 거칠게 쿵쾅거리며 뛰었다. 내 지갑 속 지폐를 꺼내볼 때는 액수가 아무리 크고 많아도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왜 남의 지갑 속에 있는 돈은 그 액면가 높이에 따라서 심장이 더 요란하게 뛸까? 유혹이다. 마음속 흐름은 기계와 같지 않아 외부로부터 기인된 생각이 참으로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마르 7,15).

 #마음도 씻어야 한다

 오직 나에게 다가오는 유혹에 마음속으로 동의를 했을 때만이 악은 안으로 들어오고 우리를 더럽힌다. 인간은 외부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대화나 접촉을 통해 받아들인다. 어린이는 늘 질문을 한다. "이것이 뭐냐"고, "뭐에 필요한 건데" "무엇을 할 수 있는데" 등 그 질문에 답을 얻을 때만이 그들은 '할 것'을 결정한다. 지갑을 보고 주을 것을 결정하는 것은 내적인 마음의 결정이다.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다. 생각이 있고 행동이 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마르 7,22). 나쁜 생각이 밖에서 온다고 하더라도, 내면의 마음에서 동의가 일어나야 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막시모 성인도 외적 시각에서 유혹이 기인하지만 내적 결정, 곧 마음이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돗가에서 멋진 시계를 발견했어도 줍지 않겠다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면 나쁜 행동은 나오지 않는다.

 초기 그리스도교 현자 위(爲)마카리오는 나쁜 생각은 뱀과 같기에 즉시 머리를 잘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미 커버린 악은 어떤 약으로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잘 씻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러니 손도 깨끗이 씻고, 마음도 그렇게 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