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2주일 - 모든 것을 아낌없이 봉헌하자

namsarang 2012. 11. 11. 14:33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2주일 - 모든 것을 아낌없이 봉헌하자


 

▲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 신학원장)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신을 묻을 때 그 입에 동전을 넣었다. 죽음의 바다를 건널 때 쓰라는 뱃삯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 어떤 화폐가 필요할까? 사랑(caritas)이다. 사랑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여정을 떠날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부자들이 큰돈을 헌금함에 넣는 것과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시고,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해외에서 도움을 받던 처지였다. 이제 어려운 나라를 돕는 나라와 교회가 됐다.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어디서나 헌금을 원하고 있다. 가난한 과부의 헌금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인 듯하다.

 #가난한 과부가 넣은 렙톤 두 닢의 가치
 오늘 복음에서 부자가 큰돈을 헌금함에 넣는 것은 선의보다는 자기에게 더 많은 것이 필요하기 때문인 듯하다. 부자들 헌금은 보상을 위한 행동으로 보일 때가 많다. 헌금으로 하느님의 큰 복을 얻으려는 속셈이 있다고 생각하면 과장된 것일까.

 성경은 부유함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그 선물을 교환하면서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느님 선물에 먼저 감사를 드릴 때, 선물의 목적이 이뤄진다. 불행하게도 부자의 문제는 그 선물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자는 모든 것을 소유했다. 부자들 문제는 부유함이 아니라 하느님 강복의 뿌리를 잊고 사는 것이다.

 복음은 강복에 감사하지 않으면 오만함으로 죄를 짓고, 결국 모든 것을 잃는 신세가 된다고 이야기한다(루카12,15-21). 부자들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받았다. 물질뿐 아니라 영적인 것도 받았다. 그런데 물질에 대한 원의와 열정은 뜨겁지만 나누는 영적인 모습은 미지근하게 보인다.

 가난한 과부 헌금처럼,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드릴 때 주님의 복을 받는다. 부자는 가난한 과부 마음을 배워야 한다. 구약에서 하느님 축복은 아브라함을 통해 땅과 자손에 대한 약속으로 이어졌다. 신약에서 하느님 축복은 물질적 부유함을 넘어 영적 부유함까지 말하고 있다. 사람이 소유하는 재산은 하느님 축복이다. 일하며 사는 데 필요한 것이다. 그럼 소유하고 남는 것은 누구 재산이며, 필요한 재산과 남은 재산을 어떻게 구별할까?

 성 바실리오는 "남는 재산은 우리 재산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에게 속한 재산"이라고 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도 "가난한 자에게 자선하는 돈은 이 세상의 은행에서 하늘나라의 영원한 세상으로 저금하는 것이며, 그곳에서 사랑으로 전달한 것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늘나라에서 쓸 수 있는 돈 저축해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헌금을 많이 하는 이유가 흥미롭다. 이탈리아 국영 텔레비전에서 조사한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자동차가 신호에 걸리면, 외국인 노동자가 서 있는 차의 앞유리를 재빨리 닦는다. 운전자는 그들에게 동전 몇 닢을 건넨다. 그런데 동전이 가장 많이 걷힌 도시는 잘 사는 밀라노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폴리였다.

 가난한 자가 봉헌하는 적은 헌금에는 하느님 축복을 진심으로 청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가난한 자의 헌금은 축복 자체인 듯하다. 러시아 옛 영성생활 지침서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가난한 이들이 도움을 청할 때, 십자가 징표를 보이시오. 가방에 손을 넣어 가난한 이웃에게 헌금하시오. 형제여,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축복하십니다. 하느님은 그대를 통해 당신과 이웃을 위해 무엇인가를 주십니다. 그것을 받아가시오."

 이슬람 사람들도 비슷하게 말한다. "알라께서 그대에게 축복하십니다. 당신의 축복을 이웃과 함께 나누시오."

 렙톤 두 닢은 현재의 우리 돈 1500원 정도다. 시간을 돈에 비유한다. 사람이 노동으로 한 시간에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매일 일거리를 찾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버스 기다리기, 승강기 앞에 서 있기, 사람 기다리기, 회의시간 기다리기. 시간이 돈이라면 이러한 시간은 돈가방에서 떨어져 나가는 동전인 셈이다.

 이 모든 순간의 시간을 주워 모으자. 그리고 주님께 봉헌하자! 하느님의 보물함에 던져 헌금하자! 짧은 기도와 함께 버리는 시간을 영적으로 풍요롭게 저축하고 채우자. 그러면 얼마나 더 단순하고 귀중한 기도가 마음에서 나올까? 가난한 과부의 헌금과 같은 영적 풍요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