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0주일

namsarang 2012. 10. 27. 18:18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0주일 - 믿음으로 크게 외쳐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리코를 떠나기에 앞서 자비를 청하는 한 소경을 치유하신다. 소경은 부자들의 휴양 명소인 예리코에서 구걸하던 걸인이었다. 휴양을 위해 예리코를 드나드는 부자들에게는 소경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부자들이 눈먼 소경을 외면했던 것처럼 우리도 일상에서 보지 못하고 그 참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큰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강한 빛에 약한 빛은 묻히는 법이다. 자기에게 찾아온 큰 기쁨에 푹 빠져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작은 기쁨을 볼 수 없다. 이처럼 각자에게 찾아온 흥미로운 것들에 빠져 다른 이들의 상황을 볼 수 없다면, 도움을 청하는 소경의 외침을 외면한 예리코 부자들과 다를 바 없다.

 #길 위에서 만나는 그리스도
 오늘날 자선은 누군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의 문을 여는 것이다. 마음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이 자선이며 사랑의 실천이다. 사람들은 자선의 필요성을 머리로 이해하지만, 몸으로 실행하기를 주저하곤 한다.

 교회 성인 가운데 성 필립보 네리(1515-1595)는 사랑 실천에 특별한 소질과 성향을 지닌 분이었다. 그는 뛰어난 영적 지혜를 가졌으며 환시를 통해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힘없는 이들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었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우정과 연민 그리고 자선으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선의 삶을 살며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모습에 감명받은 많은 이들이 주님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주님을 향하는 인생길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부자와 걸인, 도움을 주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를 만난다. 하지만 대부분 스치듯 만나기에 이들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인생길 위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무언가를 배워간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영성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러시아 성인 자돈스키의 티콘은 「세상의 영적 보석 모음집」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길 위의 작은 사물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세상 길거리의 삶에서 다가오는 말들은 작지만 하느님은 그것들을 함께 모아 큰 보석을 만드실 수 있다."

 이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주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으로 창조됐다. 인간이 하느님 모상이라면 그 원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우리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우리가 걷는 길은 성전이 되고, 사람과의 만남은 함께 바치는 기도가 된다.

 #세상 소음 속 진리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가끔은 예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강한 소리를 제거해 그 속의 의미를 알아차려야 한다.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그 속의 뜻을 찾아 내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 내적 평화를 위해서 먼저 시끄럽고 큰 소리 속의 참 원의를 발견해야 한다. 요가의 대가들은 "한 가지에 마음을 모으는 집중력이 외적 소음을 넘는 내적 인간성의 조화를 건설한다"고 말한다. 외적인 큰 생각에 너무 골똘하면 환상이 될 수 있다고 그리스도교 영성가들도 충고한다.

 인간이 참으로 하느님 모상으로 존재하려면 거룩한 삶을 만나야 한다. 하느님의 신성한 생각은 시끄럽게 외치는 소리로 방해하거나 부술 수 없다. 진리의 그리스도와 동행하면 어떤 큰 소음도 이겨낼 수 있다. 또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는 오늘 복음처럼 우리도 믿음으로 우리의 갈망을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