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8주일-2012년 10월 14일(나해)

namsarang 2012. 10. 14. 14:55

[생활 속 복음]

연중 제28주일

사랑으로 계명 실천해야 천국에 갈 수 있어


▲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 신학원장)


  오늘 복음에서 어떤 젊은이가 주님께 달려와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다. 주님께서 "너는 계명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하시며 십계명 가운데 사람을 구체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4~10계명을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는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주님은 그 젊은이가 하지 말라는 금지 계명을 알고 있지만 계명의 정신을 알지 못하며 이웃과 구체적으로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신다. 그럼에도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한 마디를 건네신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계명을 외면하는 듯하다. 의무로 부가된 규칙과 명령을 지키기보다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칙과 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예의 없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쩌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에게 한마디 하면 부모가 기를 죽인다며 면박을 준다.

 시편 119장은 말한다. "행복하여라, 그 길이 온전한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걷는 이들! 행복하여라, 그분의 법을 따르는 이들!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찾는 이들! 불의를 저지르지 아니하고 그분의 길을 걷는 이들!" 주님을 찾아온 젊은이가 무엇으로 제 갈 길을 깨끗이 보존할까. 그것은 주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다.

 영성가들은 하느님 계명을 밤하늘의 별에 비유한다. 배가 밤바다를 항해할 때 별은 이정표 역할을 한다. 항해사가 실수하지 않고 항구에 잘 도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교회 역사에서도 개혁 수도자들에겐 '규칙의 지킴이'라는 말이 붙어다녔다. 이들은 규칙의 근본을 고수하면서 전통 계명을 지킨 사람들이다. 새 수도복을 제안해도 옛것을 고수한다. 이렇듯 하느님 계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계명은 삶의 뿌리다. 계명의 정신에서 힘을 얻고 맑고 순수한 삶을 살고자 보존한다.

 모든 기계, 특히 자동차는 규칙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차량운행을 위한 기본 계명을 철저히 지킬 때 오래 잘 달릴 수 있다. 그리스도 계명도 목적이 같다.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을 위험에서 보호하고 의롭게 살아갈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주님은 오늘 복음 속 젊은이에게 부족한 것을 지적하신다. 그렇다면 맑고 순수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하느님 계명은 무엇이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약의 완전한 사람은 의로운 자다. 의로운 사람은 모든 율법 계명을 지키는 요셉과 같은 인물이다(마태 1,19). 의로운 자는 율법의 모든 계명들을 지키는 자다. 예수님을 찾아온 젊은이도 그랬다. 예수님은 그 젊은이를 사랑하지만 한 가지를 실천하라고 덧붙인다. 계명 속 정신과 사랑의 나눔, 자기 소유의 나눔이다.
 그리스도교 윤리는 계명과 그 정신인 최고 완덕을 구별해 말하고 있다. 계명은 지키거나 지키지 않을 자유가 있지만, 계명의 영적 관점은 의로워야 한다고 교부들은 말한다. 영적으로 말하는 계명과 완덕의 충고들 사이에 차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은 화성학을 공부해야 한다. 화성학은 음악의 선율과 조화의 규칙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배웠다고 곧바로 작곡할 수는 없다. 작곡 지망생이 창조적인 새 음악을 만들어 표현하려면 화성학을 배우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영성생활도 비슷하다. 기록된 계명에 단순히 머물지 말고 그것을 넘어 계명의 정신을 살아가야 한다. 사랑은 계명 의무의 한계를 넘어 그 정신을 실천하게 한다. 예수님을 찾아온 젊은이에게 부족했던 점은 계명 자체에 머문 것이었다. 우리도 천국에 들어가려면 단순히 계명을 지키는 것을 넘어 사랑이 필요하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따라서 천국에 들어가려면 사랑으로 계명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