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복음화, 교회다운 교회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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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 신학원장) |
오늘은 전교주일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짧은 역사에도 반세기 만에 선교와 교세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 세계교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성장의 뿌리는 신앙 선조의 숭고한 구도자세와 복음적 순교정신을 계승한 선교열에서 찾을 수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했다. 올해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맞이했다. 또 현재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복음화 활동을 평가하면서 새로운 복음화 방안을 찾고 있다.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찾아서
그리스도교가 오래전에 뿌리 내린 나라에서 나타나는 절박한 새로운 복음화 상황,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총체적 복음화 임무, 시대에 맞는 복음화 활동을 위해 듣고 이해하며 해석하는 식별과정은 복음화 활동이 직면한 도전들이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작된 '새로운 복음화'는 오래전에 복음화된 서구교회에서 새로운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맞춰 신앙의 열정과 방식과 표현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신앙생활의 영적 활성화를 의미한다.
복음 안에서 새로워지려면 문화ㆍ사회ㆍ경제ㆍ과학기술ㆍ정치 분야에서 나타나는 인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인류의 신앙감각을 간파한 영성적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은 교회다운 교회되기,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이다. 복음화는 교회 본성과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여자한테 주님 부활 소식을 전해 듣고 갈릴래아 산 위로 달려간다. 주님은 부활의 복음선포를 다시 시작하신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의심하거나 믿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세상과 인간의 현실을 반영한 믿음 약한 자들의 모습이다.
주님은 세상을 떠나시기에 앞서 제자들께 세 가지 내용의 고별사를 남기신다. 바로 세례, 교회형성, 주님 현존인데, 첫째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둘째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셋째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이다.
부활하신 주님의 고별 말씀을 요약하면 세례성사, 신앙교육, 영성신비생활이다. 이는 교회다운 교회를 위해 지속해야 하는 교회의 자기 복음화 훈련이다. 이제 이를 실천하도록 제자들은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 공생활에서 가르치고 이루신 주님의 삶을 세상 끝날까지 전해야 한다.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제자를 부르셨으며 그들과 함께 세상의 작은 자들을 찾아 나선 주님은 죄인, 세리, 병자 등 약자를 선택하셨다. 우리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주님 부활을 선포하고 살아야 한다. #교회쇄신 출발은 자기 복음화
한국사회는 산업화, 정보화, 신자유주의 경쟁 속에서 현세주의와 물질주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실천적 세속화라는 병리현상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부패와 불의, 분열과 대립이 고질화하면서 윤리도덕의 공동화와 경박화가 확산되고 있다.
복음화 현장에 눈을 돌려보면 신자 500만 시대라고는 하지만 주일미사 참례 신자 수는 점점 줄고, 냉담교우는 계속 늘고 있다. 냉담교우에 대한 관심과 비책이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도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르12,31)는 말씀을 되새기고 이에 대한 공동책임을 일정 부분 절감해야 한다. 그 책임을 수행하려면 냉담교우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나아가 이웃사랑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요청되는 자기 복음화다.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지 않고 타인을 복음화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사람을 입교, 세례시키는 것 못지않게 냉담교우가 신앙생활을 다시 하도록 모셔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본당은 먼저 자기 복음화를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강한 에너지와 든든한 조직력과 열정을 갖추고 있다. 이제 삼천년기의 새로운 열정과 힘으로 성령 안에서 일치하는 새로운 복음화를 준비해야 한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복음의 가치가 우리 안에서 타인과 세상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한 인간이며 하나의 지극한 인격을 소유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교회 쇄신이 시작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십자가 사건을 부정하면서 교회를 쇄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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