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과 삯꾼의 차이 부활 제4주일이면서 성소주일이다. 생명이시고 진리이시고 부활이신 주님께서 끊임없이 교회를 통해 나약한 우리를 부르신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기"(요한 14,6) 때문에 부활이신 분이 당신의 생명에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이신(요한 10,30) 분이 당신과 하나 돼 아버지 나라에 함께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신다. 거룩하신 분이 우리가 당신을 닮아 거룩하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신다. 교회이신 분이 교회를 통하여 우리를 부르시는 것을 '성소'라고 한다.
흔히 성소를 두 가지로 구분해 이해하기도 한다. 우선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주님께서 마련하신 구원의 신비에 합당하게 참여할 부르심을 받았다. 이를 일반 성소라고 부른다.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26-28)라고 설파했다.
더 나아가서는 "서로 뜻을 같이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지 마십시오"(로마 12,16)라고 강력하게 권고한다. 다른 한 가지는 주님 일꾼들 가운데 특별히 성품성사를 통해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투신하도록 초대받은 사제 성소가 있는데, 이를 '특별 성소'라고 한다.
이 두 성소는 비록 하느님 아버지께서 내려주신 선물이긴 하지만 역할 수행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두 교회 공동체와 상관없이 그리고 교회 공동체를 제쳐놓고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성소는 언제나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해 주어지고 이뤄진다.
모든 신앙인의 성소가 아버지께서 거저 주신 선물이라면, 사제 성소는 그러한 선물에다가 하느님 백성을 위한 봉사 직무가 함께 주어져 있다. 봉사 직무는 곧 주님께서 당신께 속한 공동체를 잘 돌보라고(요한 21장 참조) 맡기신 바로 그 직무를 말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교회 안에서 성소라고 말하면 곧 사제 성소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참된 성소는 부활하신 분께 속한 모든 사람이면 누구나 모두 이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일반 성소를 받은 하느님 백성도 역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소는 각자의 처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될 수 있지만 부르시는 분은 같은 한 분 주님이시다.
사도 바오로는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4-6)라고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 맡겨질 직분의 의미를 밝혀주신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제 성소가 점점 줄어들까봐 걱정을 많이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사제 성소의 위기 상태로까지 진단하기도 한다. 현실이 그렇지만, 무엇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는가'에 있다.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주님께서 오시고 사시고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일련의 삶을 따라 사는 이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분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모든 이들은 착한 목자가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처럼(요한 10,11) 우리를 부르신 분의 부르심에 따라 목숨을 내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주님께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과 하나가 될 줄을 알아야 한다. 부활하신 분께서 아버지께 받은 명령을 수행하듯(요한 10,18), 우리도 그분 명령을 수행하는 일꾼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분의 일꾼이 아니라 삯꾼에 불과하며, 그분 목소리를 알아듣는 양떼가 아니라 이리에 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히 오늘은 사제 성소를 받아 사제 직무를 수행하고 있거나 그러한 봉사 직무를 수행하고자 응답하려는 모든 사제 지망생을 위해 기억하고 기도하는 날이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봉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합당한 자격에 대해 몇 가지 권고를 잊지 않는다.
"(일꾼들은) 품위가 있어야 하고,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으며, 술에 빠져서도 안 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신비를 간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1티모 3,8)". 또 권고하기를 "저속하고 망령된 신화들을 물리치십시오. 신심이 깊어지도록 자신을 단련하십시오"(1티모 4,6-7)라고 하신다.
성소주일을 맞아 부르심을 받은 모든 이들이 그 거룩한 부르심에 걸맞게 각자 직분을 삯꾼으로서가 아니라 충실한 주님 일꾼으로서 성실히 수행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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