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3주일 (요한 21,1-19)

namsarang 2013. 4. 14. 23:46

[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3주일 (요한 21,1-19)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부활 제3주일이다.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오늘 실의에 빠져 예전의 일터로 돌아가 버린 당신 제자들을 다시 찾으신다. '작용 반작용'이라는 물리학 법칙처럼, 희망과 절망의 법칙이 고스란히 제자들에게 적용된 듯하다.

 스승이신 예수께 모든 것을 의탁했던 희망이 꺾이자 제자들 삶은 절망으로 바뀌고, 생명의 말씀 대신에 현실의 호구지책을 선택해버렸다.

 사실 누구든 자기가 품고 있는 희망이 무너져버리면 실의에 빠지고 낙담하기 마련 아닌가? 낙담하게 되면 그동안 품고 있었던 대의(大義)는 내려놓고 사사로운 이기적 본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세상 풍토이다.

 진심과 욕심의 차이는 순천(順天)과 역천(逆天) 차이와 같다. 주님을 향한 믿음과 희망이냐, 아니면 세상의 재산과 권력이냐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제자들은 토마스처럼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라며 주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을 접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믿음은 불신으로 변하고, 그 불신으로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으며, 결국 주님과 함께했던 지난 삶과 언제까지나 함께하겠다던 맹세(마태 26,33)마저 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활하신 분께서는 불신으로 가득 차서 희망마저 접어버린 채 먹고사는 데 급급한 제자들을 다시 찾으신다. 당신을 등지고 떠나버린 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신다. 마치 그 옛날 갈릴래아 호숫가 추억이라도 불러일으키시려는 듯, 제자들을 다시 찾아오신다.

 부활이신 분은 결코 못난 사람들이라고 해서 버려두지 않으신다. 오히려 당신의 넉넉한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품으로 불러 모으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마태 4,19)는 말씀 대신에 "나를 사랑하느냐? (…)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 이하)라고 세 번씩이나 물으시고 또 명령하신다.

 부활이신 분이 제자들에게 분부하신 이 명령은 차라리 요청이나 간청에 가깝다. 왕 중의 왕이시며 하느님이신 분이 배반하기를 식은 죽 먹듯 하는 인간들에게 이처럼 간곡하게 부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예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유명한 '목자의 비유'(요한 10장 참조)를 통해 당신과 뭇 중생의 관계를 설정하신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7절), "나는 착한 목자다"(11절). 양들의 문이기에 양들이 그리로 드나들고, 착한 목자이기에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 있으며 결코 삯꾼이 될 수 없으시다.

 예수께서는 이제 그러한 당신 직분을 철도 없고 의리도 없어 보이는 제자들에게 맡기시려는 것이다. 제자들이 당신께서 가실 길을 함께 걷게 하고, 제자들이 걸어가는 그 길에 당신께서도 함께하시기(마태 28,20) 위함이다.

 함께 손 맞잡고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참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님께서 부르시고 간절한 마음으로 요청하신대도 거기에 대한 응답(신앙고백)은 역시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 몫이다. 주님께서 세 번씩이나 다짐을 받듯이 물으시는 바람에 슬퍼진 베드로가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요한 21,17)라고 자신의 진정성을 고백하자, 주님께서는 "나를 따라라"(요한 21,19)고 하신다. 이 따름의 공동체는 부르심과 응답의 공동체이고, 사랑의 공동체이며, 부활을 믿고 부활을 사는 공동체의 참모습이다.

 오늘도 부활이신 분, 사랑이신 분께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6)고 물으신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님께서 가시는 길을 함께 갈 수 있어야 하고, 그분이 맡겨주시는 직분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주님과 함께하는 길은 부활로 향하는 길이다. 그 길이야말로 이 땅에 사랑과 믿음과 희망, 그리고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샘솟게 하는 길이다.

 새로 베드로좌를 물려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하신 분과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세우고, 십자가 없이 신앙을 고백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라 세속적인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주교와 사제, 추기경, 교황, 그 외의 모든 것이지만 그리스도의 제자는 아니다"라고 매우 의미 있는 말씀을 건네신다.

 이 말씀은 결국 부활하신 분께서 걸으신 그 길을 함께할 사람만이 성실하게 응답하게 될 방향타와 같다. 이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나를 사랑하느냐?"하고 물으시고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고 명령하시며 응답을 기다리신다. 그분은 우리의 응답을 보시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며 앞장서신다.

 남은 과제는 그분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 응답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 신대원 신부 (안동교회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