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은 누구이신가 성령 강림 대축일이자 교회 공동체가 탄생한 날이다. 이 뜻깊은 날에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평화를 주시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고 하시며 세상 가운데로 파견하신다. 교회 공동체는 주님께서 당신의 일꾼으로 보내신 '파견 받은 공동체'다. 주님께서는 파견하신 공동체를 결코 외롭게 버려두시지 않으신다.
"보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루카 24,49).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은 곧 보호자(요한 16,7)이시며 진리의 영(요한 16,13), 성령(요한 16,15)이시자, 부활이시고 평화이신 분의 영이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분을 오늘 보내주신다.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3). 그러자 그분을 믿는 이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모든 민족에게 하느님 위업을 각 민족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1-11 참조).
우리를 보호하시는 분도, 우리를 진리로 이끄시는 분도 주님이시기에 그분이 말씀하신 보호자이신 진리의 영, 곧 성령은 부활하신 주님의 영이시며, 보호자를 보내주시겠다는 바로 그분의 영이시다. 때문에 우리는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신다"고 고백한다.
성령께서는 참 하느님이시다. 성경은 성령이라는 표현 대신에 "주님의 영,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이사 11,2)이라고 고백한다. 또한 하느님의 영(창세1,1), 하느님의 입김(숨)(창세 2,4), 비둘기(창세 8,8) 등으로 표현되고 있고, 이 밖에도 구름과 빛, 손가락, 바람, 불, 기름 부음, 물, 인호, 손 등으로 나타나면서 창조주 하느님과 조금도 떨어져 있지 않고 언제나 하느님과 한가지로 활동하고 계신다.
또 성령께서는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오실 때 작용하셨고(마태 1,20), 그분이 세례를 받으실 때(마태 3,16) 그리고 그분이 말씀하실 때마다 하느님의 약속을 보증하는 분, 협조자 등으로 소개된다. 그러므로 성령께서는 생명과 진리와 은총이신 분, 협조자이시고 보호자이신 분, 일치이시고 희망이시며 거룩하시고 우리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분이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1티모 1,7-8) 한다고 말한다. 또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를 열심히 구하고(1코린 14,1), 술에 취하지 말고 성령으로 충만해지고(에페 5,18), 성령의 불을 끄지 말며,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고, 악한 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할 것(1테살 5,19-22)을 권고한다.
이렇게 성령을 받아 성령 안에 머물러 사는 사람은 곧 땅끝까지 그리스도를 증언하게 될 것이고(사도 1,8), 하느님 말씀을 담대히 전할 뿐 아니라 한마음 한뜻이 돼 주님 안에 일치된 공동체로 살아가게 될 줄을 알 것(사도 4,31-32)이다. 또 각자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 그것으로 서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게(1테살 4,10) 될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사랑하는 여러분, 아무 영이나 다 믿지 말고 그 영이 하느님께 속한 것인지 시험해 보십시오. 거짓 예언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갔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영을 이렇게 알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는 영은 모두 하느님께 속한 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지 않는 영은 모두 하느님께 속하지 않는 영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로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을 압니다"(1요한 4,1-13 참조)라고 적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도 부활이시며, 진리이시고, 평화이신 분이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3) 하고 말씀하신다. 아버지와 더불어 아드님께서 보내시는 성령을 받는 사람은 언제나 한분이시며, 참된 하느님 안에 머무를 줄 안다. 하느님께 머물러 있는 사람은 결국 그분을 닮아 아무도 내치거나 외면해버리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온몸으로 그분을 증거하고 증언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오신 분께서는 성령을 통해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그분 안에 언제까지나 남아 머물러 그분께 속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성령의 힘으로(로마 8,15)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고백해야 한다. 보호자이신 성령께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의 영에게 증언해 주실 것(로마 8,16)이기 때문이다.
| ▲ 신대원 신부 (안동교회사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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