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namsarang 2013. 12. 22. 14:59

[생활 속의 복음]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예수 성탄 대축일 (요한 1,1-18)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성탄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이 특별히 기쁜 것은 그분은 창녀나 세리에게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노인이나 어린이에게나 똑같은 사랑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죄인에게도 선인에게도 똑같이 햇빛을 주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하는 것은 그분께서 우리 마음에 진리의 빛으로, 구원의 빛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깊고 길어도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믿음과 희망이 담겨 있는 성탄입니다. 그분께서 내 마음에 구원의 빛으로 머물러 계신다면, 그분께서 내 마음에 구원의 빛으로 오신다면 매일 매일이 바로 성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둠 속에 있다면, 내가 희망을 버리고 절망을 가슴에 품고 산다면 1년 내내 12월 25일이라 해도 성탄은 그냥 지나가는 하루일 뿐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하며 그분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그것은 바로 예수님과 함께 살았던 제자들의 체험입니다. 제자들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로 예수님의 정확한 탄생년도와 날짜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2000년 교회의 역사와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그분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했고, 그들이 체험한 것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셨음을 말과 행동으로 증언하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그분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그분께서 보여주신 삶을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 친구가 오리를 가자고 하는데 십리를 가주는 사람,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 현실의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밝게 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분들은 주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그분께서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음을 말없이 증언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분들이 이 땅에 다시금 찾아오는 동방박사들이고,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였던 목동들입니다.

 성탄절은 가난한 아이의 모습으로,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주님을 생각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외로운 이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는 또다시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시고 차가운 겨울날, 말구유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주님의 성탄입니다.

 지금 내가 고통 중에 있다면 그것을 주님께 봉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기쁨 중에 있다면 그것도 주님께 봉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성탄입니다. 올 한해를 돌아보면 아쉬움도 있고, 부끄러움도 있고, 또 가슴 뿌듯한 일도 많을 겁니다. 주님의 성탄을 맞이해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 모아 축하하고, 그분의 삶을 본받도록 합시다.

 성탄 선물로, 새해를 시작하는 선물로 제가 아는 시를 하나 나누고 싶습니다.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가끔 고독의 수렁에 내던져주심도 감사합니다.
 그것은 주님과 가까워지는 기회입니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게 해주심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의 교만이 반성될 수 있습니다.
 아들, 딸이 걱정거리가 되게 하시고
 남편이 미워질 때도 있게 하시고
 부모와 동기가 짐으로 느껴질 때도 있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인간된 보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데 힘겹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눈물로써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허탈하고 허무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영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불의와 허위가 득세하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의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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