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나의 선물은

namsarang 2014. 1. 4. 15:33

[생활 속의 복음]

 나의 선물은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1-12)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이라는 말은 공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받았고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의 구세주가 아니라 이민족 모든 민족들의 구세주가 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는 국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품질이 떨어졌고, 우리나라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국산이라는 말은 믿을 만하다는 말과 비슷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직하게 일을 했고, 성실하게 물건을 만들었고, 좋은 디자인으로 사람들 마음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목동들, 동방박사들만이 예수님을 알아보았고, 그분의 위대하심을 찬양하였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드러냅니다.

 첫 번째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을 때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나타났으며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공적으로 인정하신 것입니다. 목동들의 경배, 동방박사들의 경배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 자신의 능력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성모님의 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켜 주셨다는 것은 잔치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행동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어둠에 있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 갇힌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셨고, 기쁨과 자유를 주셨습니다.

 세 번째는 예수님의 희생입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죽음이 있어야 부활의 영광이 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우리가 원하는 길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길을 걷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은 구원을 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길을 가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업적으로 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은 은총의 선물입니다. 그 선물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를 구원에로 이끌기도 하고, 우리를 다시금 어둠의 세계에 머물게 하기도 합니다. 세례는 구원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예수님처럼 우리의 능력과 재능을 하느님을 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 아픈 이, 병든 이들을 위해서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은총의 선물인 세례를 받았으니 우리는 그 선물을 우리의 희생과 봉사를 통해서 나누어야 합니다. 세상의 재물은 나누면 적어지지만 은총의 선물인 세례는 우리의 희생과 봉사를 통해서, 우리의 나눔을 통해서 더욱 풍성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헤로데와 동방박사들을 보았습니다. 헤로데도 예수님을 만나기 원했습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헤로데의 방법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세상의 재물과 권력, 명예와 욕망을 채우려는 헤로데의 방법으로는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헤로데가 알려주는 길을 가지 않았고 자신들의 길을 찾아갔습니다. 그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는 것은 혈연이나, 능력, 학벌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증거하고, 신앙의 빛으로 비춰야 참된 상속자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당과 교회는 성탄을 맞으면서 트리를 만들고 그 위에 예쁜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도시의 밤에 많은 십자가가 붉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불을 밝히고 트리의 전구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우리 신앙의 불을 밝히는 것, 희망의 빛을 비추는 것, 그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주님을 드러내는, 주님을 경배하는 참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과 친교의 다리를 놓자  (0) 2014.01.25
주님 세례 축일(마태 3,13-17)  (0) 2014.01.11
내 인생의 구유  (0) 2014.01.01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0) 2013.12.22
썩지 않는 보화  (0)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