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사랑과 친교의 다리를 놓자

namsarang 2014. 1. 25. 12:27

[생활 속의 복음]

사랑과 친교의 다리를 놓자

연중 제3주일 (마태 4,12-23)

▲ 조재형 신부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2001년부터 신학생들을 위한 30일 피정을 함께 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교회에 큰 보물을 선물했습니다. 그것은 '영신수련'입니다. 영신수련 23항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믿어 구원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것들은 취할 것이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버릴 것입니다. 이제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약함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단명하는 것을 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이 원리와 기초는 마치 만능열쇠와 같습니다. 하느님께로 가는 것을 막는 모든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피정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기쁜 것은 30일 동안에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기도 시간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조금씩 기도의 맛을 느끼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고 매번 묵상 때마다 성경 말씀에서 전해지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그리고 용서를 체험하면서 때로는 감사의 기도를, 때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하나의 은총입니다.

 오늘은 2014년 1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설렘과 기대로 시작한 1월도 이렇게 훌쩍 가버리는 것을 보면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을 수 없는 시간이라면 그 시간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삶,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시간,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늘나라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일, 회개하고 그 복음을 믿는 일, 이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면서 백성들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고쳐주는 일", 바로 이 일이 우리 신앙인에게는 시간을 가장 의미 있게 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가락은 10개입니다. 이 10개의 손가락이 모여서 양손이 됩니다. 손가락 하나하나만으로는 물건을 만들기도 힘들고, 글을 쓰기도 힘들고, 밥을 먹기도 힘이 듭니다. 10개의 손가락이 모두 하나가 되어 손을 이룰 때 우리 손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청소를 할 수도 있고, 우리 몸을 위험에서 막을 수도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을 믿고, 그래서 하느님 나라를 이웃에게 전하고, 소외된 사람들, 아픈 사람들,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는 것도 우리 각자의 힘만으로는 힘들고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의견을 통일시켜 갈라지지 말고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굳게 단합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베풀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말재주로 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말재주로 복음을 전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그 뜻을 잃고 맙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바로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사랑의 다리, 친교의 다리, 봉사의 다리가 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형제들 간에 사랑의 다리, 친교의 다리, 봉사의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본당 사무실은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 사이에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본당의 각 구역 반장님들은 신자들 사이에 다리가 되고, 본당과 본당 신자들 사이에 다리가 됩니다. 본당 사목협의회는 본당의 각 단체들 간에 다리가 되고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 사이에 다리가 됩니다. 본당 레지오의 선교 활동은 비신자들과 본당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렇게 많은 본당의 단체들과 단체들이 서로에게 다리를 놓고 그 안에서 사랑을, 친교를, 봉사를 나눈다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잘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겸손되이 뉘우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단체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합심하고 일치해 같은 목소리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할 때,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를 도와줄 때 우리는 커다란 힘으로 복음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0) 2014.03.01
빛과 소금이 되려면  (0) 2014.02.08
주님 세례 축일(마태 3,13-17)  (0) 2014.01.11
나의 선물은  (0) 2014.01.04
내 인생의 구유  (0) 201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