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namsarang 2014. 3. 1. 20:40

[생활속의 복음]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연중 제7주일(마태 5,38-48)

▲ 조재형 신부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는 말을 탤런트 김혜자씨가 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특히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들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며칠 전 발톱을 깎다가, 깊이 깎는 바람에 걸을 때 불편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몸은 어느 한 곳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오늘 특별히 고통과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지치고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거센 폭풍우 뒤에 따사로운 해가 떠오르듯이, 어둠을 뚫고서 새벽이 오듯이 하느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들 모두의 시름과 고통을 씻어주는 한줄기 빛으로 오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이러한 고통과 시련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인 레위기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형제와 자매의 고통과 시련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거룩하시니 여러분도 거룩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세상의 지혜는 하느님의 눈에는 어리석은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모두 하느님께 속해 있고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언제나 바쁘다고 합니다. 재난과 고통의 현장으로 달려가기 때문입니다. 국제 사회의 많은 구호 단체들은 자신의 일처럼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사고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사랑 안에 한 가족이라는 인류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바람과 해님'이란 동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동화이지만 어릴 때 제게는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의 삶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권위주의적이고, 오직 자신만을 아는 남편이 어느 날 아내에게 17번째 결혼기념일 선물로 예비신자 교리 신청서를 적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런 불평 없이 17년 동안 남편의 말을 들어주고, 시부모님을 극진히 섬기며, 아이들을 잘 키워주는 아내가 고마웠고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아내가 그토록 원하는 신자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남편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뭉클했습니다. 1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했던 그 자매의 정성도 놀라웠지만, 완고한 남편을 부드러운 남자로 변화시켜 주신, 그래서 지금은 구역장 일도 열심히 하는 그 남편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힘에 놀랐습니다.

 온갖 사건과 사고의 틈바구니에서, 마치 바위틈에 여린 꽃이 피는 것처럼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이야기,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병들고 아픈 아이들을 입양해서 기르는 가족도 있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기꺼이 장학기금으로 기부하는 어른도 있습니다. 30년 동안 참고 참아서 드디어 남편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린 분도 있습니다. 자칫 어둠에 가려, 세상의 기준과 세상의 논리에 가려서 아름다운 이야기, 훈훈한 이야기,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묻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그 사랑은 결국 어둠을 이기는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는 신앙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의 오른 뺨을 때리면 다른 쪽도 대 주십시오. 누군가 오리를 함께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주십시오. 누군가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주십시오.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꾸려는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마십시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완전한 사람이 되십시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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