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8주일(마태 6,24-34)
| ▲ 조재형 신부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
사제들은 주교님의 명을 받아서 정해진 임지로 가게 됩니다. 전임 신부님과 인수인계를 하고, 새로운 곳에서 사목합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쉬는 교우들을 위한 방안을 찾거나, 지역의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신앙 안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30~40대 직장인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스스로 기도하는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수인계를 하면서 가끔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본당에 부채는 없는지, 주일헌금과 교무금은 얼마나 되는지, 신자들의 숫자는 많은지, 아파트는 얼마나 되는지, 사는 곳은 어떤 동네인지를 살필 때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재물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저들의 꽃을 보아라, 하늘을 나는 새를 보아라! 그것들도 다 하느님께서는 살피시고 먹이신다. 그러니 여러분은 어디에 갈 것인가를 걱정하지 말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라."
일본에는 '코이'라고 불리는 관상용 물고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코이'라는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와는 다르게 자기가 사는 장소에 따라서 크기가 달라지는 아주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조그마한 어항에 살 때에는 5~8㎝ 크기로, 조금 큰 수족관에 살 때에는 15~25㎝ 크기로 부쩍 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연못이나 강물에서 살게 되면 그 크기가 90~120㎝까지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가 사는 환경에 따라서 자신의 몸을 맞춰 사는 '코이' 물고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우리도 내 환경에 맞게 내 몸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 마음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나 자신 역시 더욱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말로 마음의 크기가 큰 사람은 어떠합니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다 포용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합니다. 스토아학파인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지요.
"인간의 가치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는가로 결정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고, 이러한 사람이 바로 자기 마음의 크기를 더욱더 키워서 세상에 주님을 알리는 큰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조그마한 틀 속에 가두어놓고만 있습니다. '나는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마음으로 인해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결혼을 앞둔 남자와 여자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서 아파트를 준비했고, 여자는 그 아파트에서 살아갈 살림살이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고,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여자는 결혼 비용으로 준비한 것들을 아버지를 위해서 써야 했고, 살림살이를 장만할 수 없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나도 아파트가 없습니다." 둘은 할 수 없이 작은 월세방에서 아무것도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여자의 아버지는 병세가 호전됐고, 사업도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여자는 다시 살림살이를 마련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아파트가 없는 것이 생각났고,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불평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머니가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고 하시면서 말을 합니다. "사실 아버지의 빚은 남자가 아파트를 팔아서 갚았고, 남자의 월급에서 아버지의 병원비를 지급했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부모님을 위해 도움을 준 남자가 생각났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서 아파트를 내어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주셨습니다.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셨고, 목숨마저 내어주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다만 주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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