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빛과 소금이 되려면

namsarang 2014. 2. 8. 13:49

[생활 속의 복음]

빛과 소금이 되려면

연중 제5주일 (마태 5,13-16)

▲ 조재형 신부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어릴 때 선생님들께서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보시곤 했습니다. 그러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유관순 누나 등을 말하곤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존경받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존경받는 사람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첫째로는 그 사람의 직책이 있습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그 직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그러한 직책이 일정한 부와 명예를 보장해주기도 합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판사, 의사… 등이 있겠습니다.

 둘째는 한 분야에서 오랜 정진 끝에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동 분야에 이런 사람들이 있고, 학문을 연마하는 사람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으며, 요즘에는 예술과 컴퓨터 분야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 그러면서 일정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기도 합니다.

 셋째로는 특정한 직책에 있지는 않고, 그렇다고 한 분야에서 입신의 경지에 이르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게 이런 사람들은 청렴하며, 희생과 봉사 정신이 뛰어나고, 남에 대한 배려가 크며,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은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멀리 퍼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분들 때문에 때로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 있으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어떤 조건에서 존경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신앙인들이 자신의 직분과 직책 때문에 존경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신앙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경지에 이르러 존경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세 번째 이유로 존경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000년 역사를 지닌 교회는 오늘도 주님의 사랑 안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합니다. 그 빛과 소금은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간 교회의 건물 때문에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리스도의 향기를 이웃에게 전하는 그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교회가 그 이름값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희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참으로 아름다운 말입니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덕담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초는 자신의 것을 다 태워서 빛을 비추어 줍니다. 소금은 모든 것을 주고 녹아야 맛을 냅니다.' 빛과 소금처럼 모든 것을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내어주신 그리스도 십자가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이는 십자가의 삶이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라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지방자치 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은 선거를 준비하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공약을 준비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발전과 성장의 그늘에 가려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의료, 교육, 육아, 주택'과 같은 부분에서 국민들을 위한 복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택적 복지이든 보편적 복지이든 우리 사회가 발전과 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선진 국가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더더욱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합니다. 각 지역에 있는 본당과 교회 시설들은 세상의 등대가 돼야 합니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사랑의 빛을, 희망의 빛을, 믿음의 빛을 밝혀줘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등대지기가 돼야 합니다. 그 삶이 비록 외롭고 고단할지라도 우리는 기꺼이 소금이 되어 모든 것을 내주었던 제2의 이태석 신부가 돼야 합니다. 제2의 마더 데레사가 돼야 합니다. 사랑이 없는 복지, 희생이 없는 복지, 십자가 없는 복지는 포장은 예쁠지라도 알맹이가 없기 마련입니다. 구호는 멋질지라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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