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성소주일(요한 10,1-10)
|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며, 성소주일입니다. 신앙인들은 모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신앙인들은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특별히 오늘, 교회는 사제 성소와 수도자 성소를 위해 기도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마음과 정성으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삶을 통해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증언할 사제와 수도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우리 신앙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은 늘 ‘회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회개’입니다. 욕심과 교만함으로 나만을 위해 살았다면 겸손과 희생으로 타인을 위해 살도록 마음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어진 능력이 다르고 하는 일도 다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능력과 재능으로 판단하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회개’했는지 아니면 우리 뜻대로 살아가는지를 보시고 판단하십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신앙생활의 3가지 요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앙생활의 3가지 요점은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과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세례를 받았지만, 우리의 생각과 가치에서 그리스도는 늘 주변부로 밀려가는 것을 봅니다. 가정에서, 이웃과의 만남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피어나는 공동체를 만들기보다는 잘난 사람은 시기하고, 못난 사람은 무시하며 항상 나만 내세우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공동체의 형성 과정은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거짓 공동체인데, 이는 인사는 하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공동체입니다. 두 번째는 혼돈의 공동체인데, 마치 고슴도치가 서로 가까이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듯이 함께 살면서 상대방의 장점과 허물을 보게 되고, 그래서 다투고 실망하는 공동체입니다. 세 번째는 ‘비움’의 공동체입니다. 이는 이제 어느 정도 상대방에 대해 포기하기도 하고, 인정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공동체입니다. 네 번째는 성숙한 공동체인데 3단계를 거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공동체입니다. 신앙인은 혼돈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이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성숙한 신앙 공동체를 이뤘으면 이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전해주고, 그들을 신앙인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5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ㄷ-18ㄱ) 늘 기도하면 기뻐하게 되고, 늘 기도하면 감사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기도하는 것은 바로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묵주기도는 우리 교회가 오랜 전통으로 지켜온 가장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이 묵주기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전 생애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단순히 기도문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온몸으로 모신 최초의 감실이 되셨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겸손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는 굳센 믿음으로 예수님을 가슴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의 시련을 겪으신 후, 하느님을 온몸으로 살아가셨습니다. 이제 우리 신앙인들은 말씀을 통해,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통해 살아 있는 감실이 돼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양들의 음성을 알고, 양들도 나를 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을 받아들이도록 우리들의 귀와 우리들의 마음을 주님께로 향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는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상처로 여러분은 병이 나았습니다”(1베드 2,24). 이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신앙의 길, 회개의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