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요한 14,15-21)
|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
계절의 여왕 5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대부분의 본당은 5월에 ‘성모의 밤’을 지냅니다.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밤에 성모님의 순명과 희생을 생각합니다. 온전한 사랑으로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신 성모님의 마음을 우리도 함께 따르겠다고 다짐합니다. 성모님에게 꽃다발과 노래를 드리면서 우리의 마음도 함께 봉헌합니다.
부활 제6주일입니다. 오늘 성경 말씀의 주제는 ‘사랑은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다가 고통을 받을 수도 있고, 주님을 증거하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끝까지 주님을 믿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면 성령께서 많은 축복을 주실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이 100여 명 있었습니다. 미혼모들이 맡긴 아이들, 결손 가족이 맡긴 아이들이었습니다. 수녀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여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도 아이들이 약하고, 자주 아픈 것을 봅니다.” 시설과 환경 그리고 음식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족과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육체적으로 허약해진다는 수녀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들은 하느님 자녀가 된 사람들에게 안수해 줍니다. 안수를 통해 사랑의 성령, 위로의 성령, 뜨거움의 성령이 신자들에게 내리도록 기도해 주었습니다. 사도들을 두려움과 나약함에서 자유롭게 해준 것도 바로 성령의 기운이었습니다. 필리포스 사도가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도 성령을 체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암 수술을 앞둔 교우 분을 위해 안수기도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두려워하던 자매님은 안수기도를 받으시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께 맡기신다며 웃는 얼굴로 병원에 가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면, 성령께서 함께하시면 근심과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매일 기도를 열심히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암에 걸리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제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맡기신다면서 나이도 많으니 수술도 하지 않고 암을 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기도를 드리면서 삶과 죽음을 초월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먼 길을 가실 때면 며칠 전부터 준비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반찬도 미리 만들어 놓으시고, 빨래도 다 해 놓으시고, 찬장에 용돈도 넣어 두시고, 밥도 넉넉하게 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작은집에 연락하라고 하시고는 먼 길을 다녀오셨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골을 다녀오신 적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주셨습니다.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 참된 진리에 이르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양식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협조자, 위로자인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은 또 어디 있으랴.’ 길가에 피어나는 작은 꽃들도 다 저렇게 흔들리며, 비에 젖는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우리의 인생 또한 때로 갈등의 바람에, 유혹의 바람에, 욕심의 바람에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근심과 걱정의 비가 내리고, 좌절과 고통의 비가 내리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러나 우리 또한 충실하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 행복의 꽃이 필 것입니다. 사랑의 꽃이 필 것입니다.
빛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 빛은 어둠을 이깁니다. 지금 자신의 몸에 성령의 불을 붙이십시오. 그분의 도움을 청하십시오.
“성령이시여! 나약한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에게 오소서. 저희 몸에 당신의 불꽃을 당기소서. 그리하여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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