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승천 대축일(마태 28,16-20))
|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
예전에 신학생 때는 한 달에 한 번 신부님들이 방을 방문했습니다. 청소 상태를 보고, 쓸데없는 것들을 방에 놓고 있는지 검사하는 것입니다. 신부님들의 방문 때가 되면 소유가 허락되지는 않지만 필요한 것들을 치우고,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곤 했습니다. 라면을 끓여 먹는 간단한 취사도구와 진보적인 서적들은 학교에서 화재의 위험 때문에, 신학 공부에 방해될 수 있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방 청소를 하다 보면 먼지가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주로 저의 눈길이 가지 않는 곳입니다. 책상 구석, 침대 아래와 같은 곳에는 먼지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침대를 옮기고, 책상을 움직여서 먼지들을 쓸어내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자주 기도하고, 정성을 기울이면 내 마음도 늘 깨끗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기도하지 않고,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쏟으면 내 마음에도 뿌연 먼지가 쌓일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왜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까?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다시 오실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성부와 성령과 성자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알려준 복음을 전하십시오.” 우리는 주님의 승천 대축일을 지내면서 하늘만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주님의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복음을 충실하게 전하기 위해서 교회는 오늘을 ‘홍보주일’로 정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주님을 충실하게 전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읽었던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신 윤은기 스테파노 형제님의 글입니다. 해외에 파견되는 공무원들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를 말했습니다. 해외로 파견되는 공무원들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이며 많은 후발국의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고 자랑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외국의 많은 공무원이 한국에 와서 우리나라의 발전정책을 학습하고 그들은 우리의 발전상을 보고 현대사의 기적이라고 칭찬한다”고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윤은기 스테파노 형제님은 공무원들에게 해외에 나가면 우리의 발전상을 자랑하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특히 6·25 때 우리나라를 도와준 나라에 가게 되면 참전 용사를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초청해 파티를 열어줄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윤은기 스테파노 형제님의 말을 들었던 공무원들은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자랑하기보다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서 봉사하고, 참전 용사를 초청해 파티를 열어주었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은 귀국 후에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발전상을 자랑했을 때는 마음을 열지 않았던 외국인들이 우리가 겸손하게 봉사하고, 우리가 낮은 자세로 도와드리니 마음을 활짝 열었습니다.”
꽃이 아름답게 피면 그 향기가 바람에 날아갑니다. 많은 벌과 나비는 꽃이 찾아가지 않았어도 그 향기를 따라서 꽃에 오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향기가 된다면, 우리의 발과 손이 주님을 전하는 발과 손이 된다면 많은 사람이 그런 우리를 보고, 교회를 찾아올 것입니다. 바다로 세상의 모든 물이 모이는 것은 바다가 높은 곳에 있지 않고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겸손함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다면 고독과 외로움 때문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선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복음 선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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