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성령의 선물

namsarang 2014. 6. 7. 08:46

[생활속의 복음]

성령의 선물

 

성령 강림 대축일 (요한 20,19-23)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피정을 지도하신 수녀님께서는 우리가 기도를 열심히 하면 잊고 있었던 상처들, 그러나 나의 삶에 많은 아픔을 주는 상처들, 하느님께 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태중에 있을 때 받은 상처, 자라면서 받은 상처, 부모ㆍ형제ㆍ이웃에게 받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런 상처는 ‘희망기도’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희망기도는 청원기도와는 달리, 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무엇을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희망을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 소중한 일들을 하게 됩니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들이 기쁘고 즐거우면 좋겠지만 그런 일들이 커다란 짐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일들이 마음에 큰 부담이 될 때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그런 공부가 부담된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고, 공부를 잘하기 어렵습니다. 직장인들은 회사에 열심히 다니고,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런 일들이 부담된다면 직장 생활이 재미없을 것입니다. 아내들은 가정을 돌보고, 밥 하고, 설거지 하고, 시장을 봅니다. 자녀를 키우는 일, 남편을 위해서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일, 가족을 위해서 청소하는 일이 부담된다면, 그것이 해야 할 의무가 된다면 이 또한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전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말이 다른 이방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것,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유다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전하다가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질 수도 있고, 예수님처럼 죽임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을 떠나야 하고, 앞으로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지 걱정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함께하셨습니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의 그런 모든 부담을 기쁨으로, 희망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시고, 기뻐하셨던 일들은 사람들의 믿음이었습니다. “너의 믿음이 너를 살렸다. 나는 유다인들에게서는 이런 믿음을 보지 못하였다.” 주님은 우리의 능력, 재능, 업적을 보지 않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을 가진다면 다른 모든 일은 주님께서 함께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살아가면서 부담스러운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 강의와 강론 준비가 부담스럽듯이, 어떤 분들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어떤 분들은 기도하는 것이, 어떤 분들은 가족을 돌보는 것이, 어떤 분들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들이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또 우리는 각자 끊어버리고 싶은 악한 습성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게으름이, 어떤 분들은 노름이, 어떤 분들은 알코올 중독이, 어떤 분들은 미움과 분노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내면서 성령의 은사를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슬기, 통달, 굳셈, 지식, 의견, 효경, 두려움의 은사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부담과 악한 습성들을 하느님께 드리고, 성령의 은사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읽은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성령이 아니 계시다면 하느님은 멀리만 계신다.

성령이 아니 계시다면 그리스도는 과거에 머무신다.

성령이 아니 계시다면 복음은 죽은 문자에 불과하다.

성령이 아니 계시다면 교회란 한낱 조직에 불과하다.

성령이 계시면 부활하신 하느님 여기 계시고

복음은 찬란한 생명력을 내뿜고

교회는 성삼위와의 통교를 의미하고

권위는 해방자의 섬김이 되며

선교는 성령 강림의 축제가 된다.

전례와 그리고 미사는 하느님 왕국에 미리 참여함이 되고

인간의 행위는 성령으로 하느님으로 가득 차리라! 아멘.”



 

'생활속의 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물고 기억하며 행하라  (0) 2014.06.22
친교와 소통의 삶  (0) 2014.06.15
왜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까  (0) 2014.06.01
사랑은 행동이다  (0) 2014.05.25
하느님 나라의 지도  (0) 201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