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머물고 기억하며 행하라

namsarang 2014. 6. 22. 15:31

[생활 속의 복음]

머물고 기억하며 행하라

 

성체 성혈 대축일(요한 6,51-58)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특별히 기념하고 그 사랑의 신비를 묵상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 속에 당신의 몸을 담아 주신 성체성사의 본질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제가 있던 본당에는 빈첸시오회가 있었습니다. 빈첸시오 정신은 주변에 있는 가난한 이웃과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의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빈첸시오 회원들은 본당과 지역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김장 김치를 담가서 나눠 주기도 했고, 설날에는 불고기를 양념해서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이발 봉사도 시작했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차량 봉사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물질적 도움만이 아니라, 쓸쓸하고 외로운 분들에게 말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성전을 신축하는 것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이지만, 지역 사회에 있는 소외된 이웃들과 가난한 이웃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감소하며, 자살률이 증가하고 성범죄가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족 간에 대화가 사라지고, 주변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물질을 먼저 생각하고, 경제적인 부의 창출을 생각하고, 나만의 행복과 성공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민기씨가 불렀던 ‘작은 연못’이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 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깊은 산 속 작은 연못에 살던 물고기가 서로 싸웠고, 한 마리가 죽어 한 마리만 남아서 연못을 독차지하고 잘 살 것 같았는데 결국 물도 따라 썩어서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연못이 되었다는 노래입니다. 우리 사회도 성공과 행복, 돈과 명예를 찾아 서로에게 독을 품었기 때문에 세상이 썩어가고 썩어가는 세상에서는 모두가 죽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너희가 알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계셨고 그것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이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배고픈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마리아의 노래 핵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우리는 2000년 동안 ‘성체성사’를 통해서 주님의 그 약속이, 주님의 그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신앙의 신비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 우리 모두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을 믿는다면 지치고, 외롭고 가난한 이웃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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