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파수꾼

namsarang 2014. 7. 6. 17:31

[생활 속의 복음]

파수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마태 10,17-22)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오늘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입니다.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사제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봅니다. 신앙인들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사제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홀로 깨어서 외부의 적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동료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하느님의 백성들을 보호하고, 세상의 것들로부터 교회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파수꾼은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주변을 감시해야 합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는 깊은 샘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기도하면 그 샘에서 ‘용기, 위로, 희망, 기쁨, 친절, 사랑’의 샘물이 넘쳐납니다. 사제의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기쁨이 없다면, 고독하다면, 짜증과 분노가 생긴다면 그것은 기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제도, 강론을 잘하는 사제도, 지식이 넘치는 사제도 기도의 샘물이 메마르면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세상의 악을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제자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아픈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죄인들, 장애인들은 예수님을 찾았고,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들의 지친 어깨를 감싸 주었고, 그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 특히 외롭고 가난하고 아픈 신자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었듯이,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면서 살았듯이, 사제는 겸손한 마음으로 신자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사제는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사제 생활 3년이면 밑천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사제는 끊임없이 교회 서적을 읽어야 합니다. 새로운 신학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에서는 신문과 뉴스를 자주 접해야 합니다. 사제는 연구해야 합니다. 사제는 강론을 준비하기 위해서,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진리의 길을 알려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즈카르야는 파수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파수꾼인 즈카르야를 돌로 쳐서 죽이고 말았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도 파수꾼이 돼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박해의 칼을 피하지 못했고, 순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사제가 시대의 파수꾼이 되고 기도하며 신자들과 함께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박해는 알고 피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혹은 조금씩 우리 영혼을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끝까지 참고 견디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편안하고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 그러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사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길은 때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지만 그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키워주고 그러한 끈기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희망을 낳습니다. 또한 그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본받아 사제들이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 중에 기억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도 신앙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신앙을 충실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예전에 읽은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해이를 물리치고 행동하는 데에 게으르지 말며 힘차게 활동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바로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 또한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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