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namsarang 2014. 9. 7. 21:50

[생활속의 복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연중 제23주일(마태 18,15-20)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9월의 첫 주일입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보내는 시간만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위해서 쓰는 시간만큼 나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서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병자 영성체 다닐 때, 봉사자는 늘 제가 편하도록 신발을 정리해 주곤 하였습니다. 성체를 모시고 다니니까, 신발을 신기 위해서 손을 대지 않아도 되도록 수고해 주십니다. 작은 일이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바로 그런 배려가 순교자의 열정을 삶 속에서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 한 교우분이 제게 이렇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신부님도 외로우시죠?” 혼자 살기 때문에 외로울 거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주일 저녁 모든 미사가 끝나고 텅 빈 성당에 혼자 있는 사제가 외롭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사제가 외로워 보이시나요?

교우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병실에 누워 계신 형제님도, 혼자되신 저의 어머니도, 뜨거운 여름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재수생도, 결혼기념일도 잊어버리는 남편을 둔 아내도 모두 외로운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도 외로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던 제자들은 모두 도망쳤습니다. 호산나라고 외치던 사람들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고함을 칩니다. 혼자 들기에는 너무 무거운 십자가이기에 넘어지는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이 말씀은 바로 외로움과 고독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고독을 넘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행동이 함께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그 사랑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들었습니다.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사랑의 실천은 신앙인들에게 의무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고, 이웃의 걱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고, 형제의 허물과 잘못을 진실한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이 세상에 ‘보초’를 서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경고를 슬기롭게 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것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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