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하느님

namsarang 2014. 9. 28. 23:58

[생활 속의 복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하느님

연중 제26주일(마태 21,28-32)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예전에 서서울 지역 교육 담당을 했을 때, 모범 구역장 반장에게 상패를 드렸습니다. 각 본당에서 2명씩 추천을 받아 주교님께서 시상하셨습니다. 상은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하였거나, 공동체 발전에 공헌을 하였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발명했을 때 주어집니다. 또는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이겼을 때 주어집니다.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서인지 상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상은 주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상을 받는 사람도 상을 주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명예와 기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누구에게 상을 받아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상을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성경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하게 사는 방법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능력과 업적을 보고 상을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를 보고 상을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십니다. 비록 잘못했다 해도 뉘우치고 회개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십니다. 많은 사람이 열등감과 죄의식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상을 포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기 때문에 누구든지 돌아와서 뉘우치면 상을 주십니다.

‘난 안 돼!’ 이 생각과 말은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악의 큰 유혹입니다. 예전에 일제가 우리에게 심어주었던 ‘패배의식’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어린이든 어른이든, 아픈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든 하느님께서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느님을 부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비를 청하면 하느님께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십니다. 맏아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둘째 아들은 말은 따르겠다고 하였지만 결국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앙은 관념이 아니고 실천입니다. 신앙은 생각이 아니고 삶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좀 더 극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비록 죄인으로 여겨지지만 ‘세리와 창녀’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면 하느님께 큰 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본당에서도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대림과 사순 시기에 특강이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 성령기도회에서 피정을 준비합니다. 각 구역과 레지오에 성당 청소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봉사활동을 할 기회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우리가 조금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느님께 상을 받을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상을 받을 것입니다.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가는 분도 상을 받을 것입니다. 가끔 감사 헌금을 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또한 상을 받을 것입니다. 뒤에서 경적을 울리면서 비키라고 하는 차량에 기쁜 마음으로 차선을 바꿔주면서 살짝 웃는 형제님도 상을 받을 것입니다. 성적이 떨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들에게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말을 하면서 보듬어 주는 어머니도 상을 받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주는 상을 받는 길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상은 우리가 생각만 바꾸면, 바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언제든지 받을 수 있습니다.

신앙에 충실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오늘 제2독서는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살지 않으며 겸손하게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신앙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되신 예수님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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