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마태 21,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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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
오늘 성경 말씀의 주제는 ‘포도밭’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포도밭은 이스라엘 백성을 의미합니다. 신약 성경에서 포도밭은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를 뜻합니다. 교회란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이니 우리들 각자가 주님께서 가꾸시는 포도밭입니다.
오늘은 군인주일이기도 합니다. 저도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군에서 있었던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986년 10월 우리 부대는 안양의 몰악산으로 유격훈련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졸병이라서 선임들의 심부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격장의 담을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유격장의 담은 안양교도소의 담과 연결된 담이었습니다. 저는 자칫 잘못했으면 교도소의 담을 넘어들어간 최초의 군인이 될 뻔했습니다. 다행히 교도소의 담이 조금 높았고, 다른 길을 찾았기 때문에 교도소 담을 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사다리는 무조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목적지가 틀린 배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결국 잘못된 곳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또 하나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근무한 곳은 성당이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부대에서 잔디밭에 뿌릴 비료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골고루 비료를 뿌리다가 나중에는 ‘꾀’가 났습니다. 날씨도 덥고, 별일 없을 것 같아서 비료를 듬뿍듬뿍 뿌렸습니다. 일은 쉽게 끝났고, 저는 느긋하게 부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나면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비료를 골고루 뿌려준 잔디는 잘 자라는데 한꺼번에 듬뿍 뿌려준 잔디는 영양 과다로 타들어 갔습니다. 저는 그 일을 통해서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지금 당장 편하려고 편법을 쓸 때, 그 결과는 반드시 좋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정, 우리 본당, 우리가 함께하는 공동체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주님의 포도밭입니다. 주님의 포도밭에는 때로 원하지 않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분열의 씨가, 두려움의 씨가, 갈등과 걱정의 씨가 들어오곤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습니다.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기도한다면, 우리가 사랑한다면 그 어떤 시련도, 고난도, 아픔도 우리를 하느님과 맺어주신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많은 사제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젊은이들의 눈에, 어른들의 눈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에 주님의 종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미사 및 성사를 거룩하게 드리고, 어려운 이웃을 자주 찾아가며, 특히 아픈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본당의 재정을 잘 관리해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곳에 예산이 쓰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교구 성소국에 있습니다. 성소후원회 모임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월 후원회 미사를 함께 합니다. 예비 신학생 기숙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매월 있는 예비 신학생 모임이 잘되도록 함께 하려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것처럼, 권위주의와 독선이 자라나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 안에 불신과 다툼, 시기와 질투가 자라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것들은 하느님 보시기에 나쁜 것들이고, 하느님께서 가슴 아파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예비 신학생들과 성소 후원회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족과 일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웃과 친구들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우리의 공로와 우리들의 업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넘치는 사랑 때문에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줄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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