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성전’의 참 의미

namsarang 2014. 11. 9. 19:02

[생활 속의 복음]

 ‘성전’의 참 의미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요한 2,13-22)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로마에는 4곳의 대성전이 있습니다. 가장 크고 화려한 베드로 대성전, 역대 교황님들의 초상이 걸려 있는 바오로 대성전, 성모님께서 발현하시고 8월에 눈이 오는 기적이 일어났던 성모 마리아 대성전, 그리고 오늘 축일로 지내는 라테라노 대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베드로 대성전이 건축되기 전까지는 교황님이 거처하는 성전이었습니다. 로마의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가 교황께 선물로 봉헌한 성전입니다.

저는 주님의 은총으로 라테라노 대성전을 몇 번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은 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경당에는 성화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계시고 그 아래 성모님과 요한 사도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는 성화였습니다. 요한복음은 십자가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요한에게 말씀하십니다. “이분이 이제 당신의 어머니입니다. 이분을 잘 모십시오. 그리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사람이 이제 당신의 아들입니다. 이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교회는 이렇게 세상의 나그네인 사람들을 돌보는 곳이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곳입니다. 교회를 통해서 사랑이, 자비가, 나눔이, 용서가 흘러나와야 합니다. 교회는 기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교회는 기도하는 사람이 없는 교회는 진정한 교회가 아닙니다.

라테라노 대성전 광장 건너편에 ‘동상’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과 동료들의 동상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평생 가난한 이, 병든 이, 외로운 이들과 함께하였습니다. 대성전 앞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동상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회는 화려하고 커다란 건축물일 수도 있지만, 교회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세우신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합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가난한 이, 병든 이, 외로운 이들을 먼저 도와주기 위해서 왔습니다.’

성당은 예술적, 건축적인 아름다움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성당은 기본적으로 4가지의 모습을 지녀야 합니다. 첫째, 성당은 복음을 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우리들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 있어야 하고, 그 말씀을 이웃에게 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성당은 기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조용히 기도하는 분들이 있는 성당은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곳, 기쁘고 행복한 사람들이 감사의 기도를 하는 곳이 바로 성당입니다.

셋째, 성당은 친교를 나누는 곳입니다. 미사는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이기도 하지만, 미사는 형제들이 함께 모여 빵을 나누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많은 단체가 성당에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친교를 나누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넷째, 성당은 섬기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섬겨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성당에 오는 사람들은 늘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성당, 기도하는 성당, 친교를 나누는 성당, 서로 섬기는 성당은 어느 곳에 있다 할지라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성당이 될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바다는 생물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있는 곳마다, 아름다운 숲이 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었습니다.”

성전은 이제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일곱 성사는 모두 성전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하느님 사랑의 표지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고, 영적인 아픔과 잘못은 고해성사로 치유되고, 성체성사는 우리에게 말씀과 성체의 양식을 줍니다. 몸이 아픈 병자에게 성체를 모셔다 드리고 기도하는 것은 병자성사입니다. 성령의 열매를 받는 축복은 견진성사로 이루어집니다. 가정은 혼인성사를 통해서 성화되며, 그리스도의 사제직은 성품성사를 통해서 계속됩니다. 성전은 바로 일곱 성사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우리는 일곱 성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고, 거룩하게 됩니다.

성당도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성체 조배실, 소성전, 성물방, 만남의 방, 교리실, 성가 연습실, 대성전, 성모 동산, 주차장, 사무실, 주방 등이 있습니다. 각 공간에서 교우들의 만남과 친교가 이루어지고, 교리실에서는 학생들이 신앙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성전의 가장 중요하고 커다란 기능은 바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곳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이 집을 선택하여 성별하고, 이곳에 내 이름을 영원히 두리라.”

제2독서는 이제 성전의 의미를 확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건축물로서의 성전도 있지만,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은 살아 있는 주님의 성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도 중요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삶이 하느님을 전하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성전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새벽 미사 마치고, 장례 미사를 기다리며 성체조배를 하시는 할머니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감실 앞에서 기도하는 교우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이미 하느님의 성전이 되신 분들이 있기에, 우리는 위로를 얻고, 희망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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