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숨은 그림 찾기

namsarang 2014. 11. 16. 18:43

[생활 속의 복음]

숨은 그림 찾기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마태 24,14-30)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한 편의 시가 주는 감동은 책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입니다. 이 세상에는 눈물 흘리는 이, 상처받는 이, 외로운 이, 가난한 이, 장애로 태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아름답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출발선이 다른 불공평한 세상처럼 보일 것입니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니고, 손해 보는 일이 아님을 나무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그렇게 가을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 인생이라는 나무에서 떨어져야 하는 나뭇잎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떨어지는 것을 슬퍼하기보다 떨어지기 전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어릴 때, ‘숨은 그림 찾기’라는 것을 해 보았습니다. 신문에는 옛날이야기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 안에는 또 다른 물건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제가 찾았던 그림들은 ‘주걱, 신발, 곰방대, 복주머니’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어쩌다 숨겨진 숨은 그림을 찾으면 보물을 찾는 것처럼 기뻤습니다.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다른 방향에서 보는 것입니다.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참된 지혜라는 그림을 찾기 어렵습니다. 사랑, 나눔, 봉사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은 아름답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보석이 많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과 승리를 위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퇴근길에 아내를 위해서 장미꽃을 사가는 남편, 부모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자녀들,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 ‘여보! 사랑해 우리 가족은 당신을 위해서 기도할게요. 오늘도 힘내세요!’라는 편지를 넣어 주는 아내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하느님께서 숨겨두신 아름다운 그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저는 다섯 달란트를 받아서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종을 칭찬합니다. 번다는 것은 많아지고 풍성해진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고 가꾸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초대 교회 신자들처럼 사귐과 섬김과 나눔으로서 함께 봉사할 때, 오늘 복음 말씀처럼 주님께 칭찬받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늘 우리의 삶을 이끌어주신 그분의 곁으로 언젠가 돌아간다면 여러분은 어떤 삶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소명을 우리는 얼마나 충실히 살고 있을까요? 세상은 아침에 사라지는 이슬과 같이 덧없이 흘러갑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1테살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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