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깨어있는 삶

namsarang 2014. 11. 30. 22:28

[생활 속의 복음]

깨어있는 삶

대림 제1주일(마르 13,33-37)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인사드립니다. 저는 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박재식 토마스 신부입니다. 시골에서 어르신들의 아들이자 형제로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습니다. 1년간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나 의문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혹 비뚤어지거나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 고민과 정반(正反)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 하느님 뜻과 말씀이 더욱 자라고 열매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세상과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교우 여러분을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예수님 말씀이 우리 안에 열매를 맺기 위한 여행을 떠나 보겠습니다.



월요일이면 농협을 찾아갑니다. 주일미사 봉헌금을 보관하기 위해서입니다. 창구 직원은 저를 정말 반갑게 맞이합니다. 제가 잘 생기거나 말을 잘해서도 아닙니다. 은행에 부족한 1000원권 지폐를 많이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은행을 가던 어느 날 문득 지폐에 새겨져 있는 인물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깨어 있는 삶’을 묵상해 봤습니다.

이황,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모두 조선시대 인물이고 성(姓)씨가 ‘이’이거나 이씨의 부인입니다. 화폐에 새겨진 인물은 그 나라 국민 대부분에게 존경을 받고 국가의 영광을 위해 철저한 봉헌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씨조선을 그리워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대한민국이 건국(1919년 임시정부 수립)된 지 100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 대한민국을 대표할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닌지요. 과연 누가 우리에게 모범적 인물이 될 수 있을까요? 누가 존경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요? 긍정적인 삶, 확고하게 인간다운 삶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거나 삶의 모범을 보여준 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퇴계 이황(1501~1570)ㆍ남명 조식(1501~1572) 선생님의 삶을 조명해 보려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두 분은 대학자이고 조선의 사상사에 큰 획을 그은 동시대 인물입니다. 두 분의 전성기는 명종(1534~1567) 시대입니다. 문정왕후의 8년간 수렴청정과 윤원형 등 외척 세력의 부정부패ㆍ전횡으로 백성들은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황 선생님은 관직 생활과 낙향을 반복하다가 안동에서 후진을 양성합니다. 그에 반해 조식 선생님께서는 철저하게 관직을 마다하고 목숨을 건 상소문으로 문정왕후와 명종에게 퇴진과 참다운 지도자의 길을 걸을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의병장 곽재우, 정인홍 등 훌륭한 후진을 양성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깨어 있는 삶을 권고합니다. 성경에서 ‘깨어 있음’은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또한 유혹이나 세상의 가치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진리이신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의미합니다. 깨어 있는 삶은 기도와 믿음으로 우리 안에서 구체적으로 시작됩니다.

도시 본당 교우분들이 성경을 필사하고 하루에 묵주기도를 15단 이상 바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 신자분들이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예수님과 함께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이야기들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고 존경스럽습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는 교우분들께 한 가지를 더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 힘들게 생존경쟁을 하며 살아가고 있겠지만,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의 위로로 떳떳하게 세상의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명료하고 확고하게 ‘믿음, 정의, 사랑’을 실천하길 바랍니다.

믿음과 정의, 사랑의 실천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한 마디로 “깨어 있어라”라고 말씀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녁 때에 다윗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왕국의 옥상을 거닐다가, 한 여인이 목욕하는 것을 옥상에서 내려다보게 되었다(2사무 11,2)”라는 말씀을 통해 언제 깨어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다윗왕은 무엇을 하였기에 남들은 잘 준비를 하는 저녁 시간에 일어났을까요. 밤낮이 바뀐 삶, 이는 다윗 임금이 죄에 빠져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대한민국의 존경할 대상을 그리워하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우리 교회와 대한민국에 깨어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시대의 요청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확고하고 명료하게 봉헌한 대한민국의 인물과 교회의 어른을 찾아보면서 새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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