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태국에서 걸려온 목자의 전화
이상금 수녀(면형이주민문화센터장, 한국순교복자수녀회)
▲ |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는 뉴스가 나온 날이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 수업을 하는 날이어서 수업 장소인 한 성당에 갔다. 그런데 남루한 옷차림의 외국인 2명이 성당 밖 의자에 앉아서 덜덜 떨고 있었다. 40살은 넘어 보였다. 두 사람은 한국말도 전혀 못 하고 영어도 조금 할 뿐이었다.
친구들은 나를 보자마자 “태국에 있는 신부님과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면서 전화를 연결해줬다. 신부님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태국에서 아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천주교 신자라고 했다. 자녀들은 복사도 서고 성가 반주도 한다고 했다.
신부님은 “생활이 어려워 돈을 벌러 한국에 왔는데, 월급도 받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신부님은 그들의 사정을 듣고 무조건 성당을 찾아가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갔다. 온기가 전혀 없는 냉방에서 네 사람이 미지근한 물을 담은 플라스틱병을 가슴에 안고 떨고 있었다. 일단 자동차 트렁크에 있던 쌀과 옷, 과자 등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주고 그들이 일하는 농장 주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 주인은 전화를 받자마자 당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월급을 못 주는 이유, 그들이 냉방에서 사는 이유 등을 해명했다. 주인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갔다.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교구에서 운영하는 다른 센터의 도움으로 편안한 잠자리와 겨울옷, 일자리까지 얻어 조금이나마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나라에서 고통받고 있는 본당 신자들이 안타까워 잘하지 못하는 짧은 영어로 간절하게 말씀하시는 태국 신부님의 목소리에서 ‘양 냄새 나는 목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신부님! 양들을 사랑하는 신부님께서 피워내는 그리스도 향기가 한국까지 전해져옵니다.
'사도직 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복으로 찾을 수 있어요 (0) | 2015.02.11 |
---|---|
사장님이 나가래요 (0) | 2015.02.06 |
“내복으로 찾을 수 있어요” (0) | 2015.02.04 |
떠나고 싶었던 곳 (0) | 2013.11.04 |
멍멍이의 독신 서약 (0) | 2013.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