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오늘은 멋진 사랑과 신뢰의 축제를
예수 부활 대축일(요한 20,1-9)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
“와 부활입니다… 아이고 좋다. 좋아. 좋아. 알렐루야…알레루야…알렐루야.”
이렇게 외치는 이유는 성주간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묵상과 예수님을 십자가로 몰았던 저의 생활에 대한 반성 때문입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큰 압박은 믿었던 제자들에게 배신당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3년 정도를 함께 살아오면서 그 누구보다 깊은 관계를 맺은 운명 공동체였는데, 온 정성을 다하여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토론을 하며 그렇게 믿었던 그들이 배신을 한 것입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욕을 먹어도 참고 견디며 살아온 그들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의 유혹에 넘어지면서 예수님을 배반하였기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라는 소식은 저에게 사도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기에 진정 기쁜 소식이 됩니다.
또 다른 의미로 부활 소식은 저를 짓누르던 성공이라는 무거운 돌멩이가 진리의 발견으로 하나의 깃털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축제를 세상 모든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의 축제를 저를 포함한 우리 민족 더 나아가서 세상의 모든 사람과 함께 하였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일가요? 우선적으로는 아마도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모든 사람이 무사히 구조되리라는 소식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는데, 우왕좌왕하다 잃어버린 우리 가족들의 얼굴과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20여 년 이상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정부의 정책을 믿고 취업을 열심히 준비한 젊은이들의 암담함은 어찌해야 하는가요? 떳떳함과 자존감으로 ‘그래 사나이라면 한번은 다녀와야지, 남들 다 하는 경험인데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군으로 떠난 젊은이가 싸늘한 시신으로, 살인자로, 정신병자로 분류되어 가족에게 되돌아왔을 때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요?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대만은 국민과 녹색공민행동연맹(GCAA)이 2025년 탈핵 국가의 목표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만은 ‘안전하다’고 하면서 지구촌 가족들 대다수의 원의와 반대로 정책을 펴가니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요? 신자본주의로 인하여 무한 경쟁에서 희생당하는 저임금 노동자와 어린이들의 눈물은 과연 누구에게 회개를 요청해야 하는가요?
이렇게 배신을 당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공동체에 진정 예수님의 부활소식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제자들과 여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자신들의 고정 관념과 욕망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세상적인 욕망과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자 눈이 떠지고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세상에 사랑이신 하느님을 외치게 됩니다. 저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이가 ‘경제 만능’의 착각에서 벗어나 진리와 사랑의 눈을 떠서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논어에 보면 자공(子貢)이 스승인 공자(孔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첫째는 먹는 것이고, 둘째는 국방이며,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묻습니다. “그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입니까?” 공자는 “국방”이라고 대답하자 자공이 재차 “또 하나를 부득이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먹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는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존립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국민과 정부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가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은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지? 평신도와 성직자는 서로를 존경하고 신뢰하는지요? 사회는 교회를 신뢰하는가요?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배신하는 수난과 고통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가? 개인과 단체 모두가 신뢰를 통하여 이기적인 욕망과 편견을 끊어버리고 진리와 사랑으로 멋진 부활을 맞이하는 멋진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정성으로 마련된 음식과 함께 울며 웃으며 살아가는 본당 가족과 신뢰의 축제를 열겠습니다. 부활은 서로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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