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제자 되려면 가족을 미워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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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예수님의 말씀.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복음서에 나오는 말씀 가운데 곧잘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으려면 가족을 미워해야 한다는 말씀 말입니다. 평상시에 그렇게 강조하는 ‘사랑하라’는 계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을 미워하라니요?
여기서 미워하라고 표현한 이유는, 구약성경의 히브리말에는 ‘더 사랑하다. 덜 사랑하다’와 같은 비교급이 없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 10장 37절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예수님을 가장 사랑한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는 예수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실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신자들 가운데도 간혹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말이 낯선 분들이 계십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그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도덕적으로 더 완벽한 생활을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예수님을 믿고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하느님을 보고 싶어 하고, 그분의 말씀을 직접 듣고 싶어 합니까! 예수님을 보면 하느님을 보고 있는 것이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듣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보듯이 인간을 죽도록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니, 우리도 그분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느님과의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로 인간은 이 세상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위대한 존재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하느님의 선물이요 은총 덕분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
세상에서 가장 좋고 값진 것입니까? 인간이 감히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이라도 꿀 수 있을까요? 인간 스스로 하느님께 다가가고 그분과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주셨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고 죽기까지 하시면서 인간과 하나가 되시어 이제는 그분의 부활에 우리를 동참시키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을 따라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조건 없이 즉시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르라.”
모든 사람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호한 태도로 이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길 외에는 인간의 구원과 해방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우선 예수님의 사랑을 알아야 합니다. 인생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풍성한 가치를 가진 제자 됨의 삶을 살기 위해서 결단을 내리고 철저하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많은 신자가 그 모범을 보여 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삶을 생생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이 서로 화목하고 정의롭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십니다. 죄는 인간을 소유욕에 사로잡히게 하고, 죄는 인간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비참하게 만듭니다.
이제 새롭게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고 살기 시작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단호함입니다.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서 우리와 기꺼이 나누시려고 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함께 나누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살기 시작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사회생활에 대해서 하나하나 심사숙고하면서 잘 식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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