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 속의 복음] 인간을 향해 달려오시는 하느님

namsarang 2016. 9. 11. 09:08

[생활 속의 복음] 인간을 향해 달려오시는 하느님


연중 제24주일 (루카 15,1-32)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하느님의 표정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초월적이고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 구원하시는 하느님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계시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근엄하시기만 하신 하느님이실까.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시느라 너무 바빠서 웃으실 여유가 전혀 없으신 분인가. 소리 내서 웃으시는 분인지, 빙긋이 미소만 짓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뵐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았으면 아버지를 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영원히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인간이 되셔서 우리를 찾아오신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어떤 분인지 즉시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하느님 자비의 복음’을 담뿍 담고 있는 루카 복음 15장을 보면, 하느님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보통 부모들은 자녀들이 시험 점수를 잘 받아오면 기뻐합니다. 자녀들이 착한 일을 하고, 남들보다 잘하면 더없이 기뻐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전혀 다른 분입니다. 무리를 떠나서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느라 갖은 고생을 다 하고 나서 그 양 때문에 기뻐합니다. 저 같으면 괘씸해서 그 양을 한 끼라도 굶길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매우 만족스러워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양 주인은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함께 기뻐합니다. 맨입으로 기뻐하자고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잃어버렸던 은전을 찾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고 나서 찾아낸 그 잃어버렸던 은전 때문에 마찬가지로 기뻐합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가 봅니다. 우리는 죄인을 감옥에 가두고 될 수 있으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두고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탕자의 비유’라고 말하는 내용은 더 적나라합니다. 하느님을 떠나는 원죄를 짓는 인간의 모습이 아버지를 두고 멀리 떠나는 작은아들에게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멀리 떠나서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주인을 찾아간 것도 아니고, 잃었던 은전이 떼굴떼굴 굴러서 그 부인에게 다가간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찾아 나서신 것이지요. 그러니 하느님께서 회개하신 것이라고 말하면 불경죄에 걸리겠지요? 작은아들을 향해서는 아버지가 달려갔습니다. 아버지를 떠나서 방탕하게 살다가 나중에는 돼지 먹이로라도 배를 채워 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비참하기 짝이 없는 상태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아버지 집에 품팔이꾼이라도 돼서 배고파서 죽는 것을 면해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이기를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아들의 비참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완전히 모습이 변한 아들을 멀리서 알아보고 달려갔습니다. 항상 동네 길목을 바라보면서 아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지요. 결정적인 순간에 아들을 향해서 돌진하다시피 아버지가 달려간 것입니다. 그리고 기뻐하는 것은 표정뿐만이 아닙니다. 잔치가 벌어지고 아버지는 술도 들고 덩실덩실 춤도 춥니다. 참을 수 없는 기쁨이 넘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살진 송아지도 잡았습니다. 나중에 큰아들은 이것 때문에 더 화를 낼 정도였습니다.

오늘도 인간은 하느님에게서 멀리 떠나고 싶어 합니다. 버젓이 그렇게 하면서 뽐내기도 합니다. 하느님 곁에 머무는 사람들을 멸시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하고 경멸하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 곁을 떠나서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 부러워하면서 주눅이 드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을 떠난 인간을 향해서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달려가십니다.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영원히 인간을 향해서 달려가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인간을 얼싸 안고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기뻐하십니다. 조건 없이 인간을 향해서 함박꽃같이 활짝 웃음을 지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과연 인간이 하느님께로 회개하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인간을 향해서 회개하시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