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 속의 복음] 뭣이 중하냐고, 그거야 믿음이지

namsarang 2016. 10. 2. 19:17

[생활 속의 복음] 뭣이 중하냐고,  그거야  믿음이지


연중 제27주일 (루카 17,5-10)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믿음이라고 하면 ‘하느님에 대한 믿음’ 여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신앙이냐 하는 문제가 강력하게 떠오릅니다. 하느님은 보이지도 않고, 하느님의 존재를 알 수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하느님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도 합니다. 둘 다 가정일 따름입니다. 그럼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믿기 쉬운가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믿기가 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믿기도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 농촌 사회에서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았습니다. 현대인은 도시에 너무 많이 몰려서 살고 있습니다. 이웃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에서 많은 사람이 외톨이로 살아갑니다. 혼자 쓸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대도시는 사람이 살지 않은 광야 같습니다. 인구 이동이 많은 요즘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기계에 의지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진실한 만남 없이 살아가게 됩니다. 서로 믿고 만나기가 어려우니 수많은 현대인이 고독하게 살아가면서 몸부림을 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나는 나 자신을 믿습니까? 이것도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을 믿기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많은 잘못을 범하기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제법 흐르고 나서 나를 되돌아보니, 나는 더 못마땅합니다. 자신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믿는 사람들은 종교를 갖고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합니다. 우선 하느님을 믿기로 결단을 내린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존재하신다는 사실을 향해서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비록 그 열린 마음이 자주 닫히려 하지만 말입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좋으신 분입니다. 하느님은 곧 사랑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세상을 죽도록 사랑하시고, 인간을 위해 목숨을 바치시는 분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를 통해 성령을 보내 주시고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나는 너희의 하느님, 너희는 나의 백성’이라고 선언하고 교회를 통해 세상을 완성해 나가십니다. 오늘도 세상의 모순과 싸워나가면서 인간과 함께 길을 가시는 분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하느님 자신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을 것인지를 결정하면서 살아갑니다. 하느님을 향해 믿고 마음을 열면 세상도 다르게 보입니다. 세상을 향해서 인간을 향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사는 세상과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세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면 기본자세가 전혀 다르게 됩니다. 더는 자연이 인간의 탐욕의 대상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생깁니다. 사람은 모두 형제인 것을 알아보게 됩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그분께서 목숨 바쳐 사랑하는 상대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나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하느님을 닮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곧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됩니다. 사랑은 영원한 가치를 갖고 있기에 사랑하면서 영원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믿음은 이렇게 사람을 풍요롭게 합니다. 인간은 겉으로 보면 동물처럼 생겼지만, 전혀 동물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닮아서 세상에 창조된 인간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 아들 예수님 덕분에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인간의 위대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위대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인생이 참으로 아름답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