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 속의 복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카 2,16-21)

namsarang 2017. 1. 1. 17:50


[생활 속의 복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카 2,16-21)



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오늘은 2017년 새해 첫날이며, 교회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아울러 ‘세계 평화의 날’을 지냅니다. 올 한 해도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모습을 닮아 살면서 주님의 평화가 온 누리에 충만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1.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5년 전에 이미 한 차례 암에 걸렸던 자매님이 다른 곳에 암이 재발하여 입원하게 되었다고 병자성사를 청하셨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그분은 깡말라진 몸에, 머리는 빡빡 깎은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발병하기 전에 그분은 아들 셋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유치원 버스 기사도 마다치 않았던 강인한 엄마로 살았다고 합니다. 그분의 눈에 고인 눈물에서 아이를 낳은 모성(母性)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신비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거기에(베들레헴)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루카 2,6) 예수님을 낳으셨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십니다. 그러기에 성모님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지녔던 모성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모성도 사신 분이십니다.



2.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는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갈라 4,4)는 구세경륜(救世徑輪)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선포를 들었습니다. 이 선포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게 됐는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아울러 마리아께서 지니신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신적 모성(神的母性)에 대한 믿음을 자연스럽게 고백하게 된 단초(端初)를 제공합니다.

그리하여 에페소 공의회(431년) 교부들은 “마리아는 성령의 능력에 의해 당신의 동정 품 안에 잉태를 하시어 아버지와 본질이 같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것”이라고 선포하였습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 4항 참조)



3.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

벨기에의 쉬넨스(L.J.Suenens) 추기경은 “마리아의 존재에 관하여 성경이 계시하고 있는 것은 순수하고 단순합니다. 즉 하느님이시고 인간이신 그리스도는 한 분의 어머니가 계시고, 그 이름은 마리아라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고 밝혀주면서, 성모님의 모습과 품성에 대하여 헤아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마리아께서 이미 처음부터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명에 대해 ‘완전히 개방된’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습니다.(「구세주의 어머니」 39항 참조)

4.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 : ‘앞서는’ 믿음

몇 년 전에 한 신자로부터 받은 편지의 일부입니다. “요즘 저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며 세상의 경이(驚異)를 체험하는 것만 같은 심정입니다. 바라고 희구하고 매달리는 기도에서 벗어나 내 안에, 우리 안에 깃든 주님의 뜻을 살피고 기다리는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마리아의 영웅적인 믿음은 교회의 사도적 증언에 ‘앞서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셨습니다.(「구세주의 어머니」 27항 참조) 여기서 ‘앞서는’ 믿음이 바로 우리가 성모 마리아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성모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큰 것을 이루려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오로지 ‘하느님께서 기억하시는 자비’(루카 2,54 참조)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그 길이 성모님께 하느님의 역사와 섭리를 체험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그 길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었습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가 성모님의 믿음을 본받아 더욱더 주님께 의탁하여 평화와 사랑의 길에서 충만하게 되시길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