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속의 복음]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 2,1-12)

namsarang 2017. 1. 8. 08:31
[생활속의 복음]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 2,1-12)
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오늘은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입니다. 예전에는 ‘삼왕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날에 교회는 아기 예수님께서 메시아로서 강생하신 사실이, 세 명의 동방 박사들을 통하여 온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것을 기념합니다. 



1. 별

독립운동가인 윤동주(尹東柱) 시인이 쓴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 별 하나에 시(詩)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여기서 시인은 ‘별’을 자의식(自意識)을 바라보는 도구로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참조)라고 말한 동방 박사들의 얘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서 그 별은 정말로 존재했을까? 어떤 유형의 별이었을까 하는 물음이 자연스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게 됩니다.

이에 대하여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별자리가 원동력이며 외적이고 내적인 떠남을 위한 첫 신호(信號)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마음의 감동을 느끼지 않았다면, 신호는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나자렛 예수」에서 설명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설령 여러 사람이 어떤 별을 동시에 본다손치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입니다.



2. 동방 박사 세 사람

지난 12월 17일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여든 번째 생신날이었습니다. 그날 교황님께서는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 있는 노숙자 여덟 명을 숙소로 초대해 아침 식사를 함께하셨습니다. 이어서 로마에 거주하시는 추기경님들과 함께 특별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미사 중에 “지난 며칠 동안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고백하시면서 “제가 평온하고, 깊은 신앙심으로, 풍성하고, 기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교회의 전승 안에서 동방 박사들의 이름은 멜키오르, 발타사르, 가스파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이 등장하는 성화(聖畵)를 살펴보면, 그들의 면모에서 온 인류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멜키오르는 노년(老年)과 백인(白人)을, 발타사르는 중년(中年)과 흑인(黑人)을, 가스파르는 청년(靑年)과 황인(黃人)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그들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동방 박사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하여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되는”(에페 3,6) 삶을 찾아 살아야 하겠습니다.

3. 세 가지 예물

마태오 복음사가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고 전해줍니다.(마태 2,11 참조)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 예물들은 예수님께서 참사람(몰약)이시고 참하느님(유향)으로서 하늘과 땅의 왕(황금)이심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성서학자 아르멜리니(F.Armellini)는 몰약(沒藥)이 지닌 의미를 ‘주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인간’이라고 덧붙여 줍니다.(아가 1,12; 3,6; 4,6.14; 5,1.5 참조) 그러므로 몰약은 하느님의 정배(定配)인 아름다운 이스라엘이 풍기는 사랑의 향기를 뜻합니다.

이렇게 볼 때에 현대를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에게 이 세 가지 예물은 향주삼덕(向主三德), 곧 믿음(유향)과 희망(왕)과 사랑(몰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신망애(信望愛)의 삶을 주님께 봉헌함으로써 “우리 위에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우리 위에 나타나는”(이사 60,2 참조)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봉헌을 주님께 드리며 살았는지 다시금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