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는 연중 제5주일을 지내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야 할 모습을 깨닫게 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마태 5,13-14 참조)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참된 생명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의 결단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1.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이사 58,8)
이미 고인(故人)이 되신 신영복 교수의 「떨리는 지남철」이라는 시(詩)입니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너의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는 새벽빛처럼 암흑을 대낮같이 밝게 하라”(이사 58,8-10 참조)는 주님의 말씀이 선포됐습니다. 사실 주님이야말로 우리의 빛이며 양식이고, 의로움이며 영광입니다. 이처럼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그분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소명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2. 나는 하느님의 힘이 필요합니다!(1코린 2,5 참조)
C. S. 루이스(C.S.Lewis)라는 평신도 신학자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결코 벼랑이 아닙니다. 지옥을 향한 길은 밋밋한 내리막길입니다. 사람들은 그 길을 기분 좋게 걸어갑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느님과 멀어지게 되는 길로 쉽사리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바오로 사도는 항상 자신의 나약함과 두려움을 당당히 고백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힘만이 자신의 믿음의 바탕이 된다는 지혜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믿음은 선물입니다. 그것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 청하여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께 그 믿음을 청하십시오! 믿음만이 우리의 승리입니다”라고 항상 깨우쳐주십니다. 참으로 믿음은 우리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게 하고, 올바로 설 수 있게 합니다. 결국 믿음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약하지 않고 두렵지 않게 됩니다.
3. 소금과 빛: 하느님을 찬양하라!(마태 5,13-16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 안에서 ‘소금과 빛’의 삶을 살도록 소명을 주십니다. 소금은 주위를 썩지 않게 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따르는 도리는 부패(腐敗)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애쓰는 결단(決斷)입니다. 빛은 주위를 밝게 비춰줍니다. 때문에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도 ‘착한 행실’(마태 5,16)에 자연스럽게 눈뜨도록 해주는 증거(證據)입니다.
지난달에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소속 지니(GNY, God needs you) 소속 학생들이 저희 성당에 와서 벽화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학생들 덕분에 그동안 황무지처럼 방치됐던 공간이 불과 이틀 만에 생명력 넘치는 초원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였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이야말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하느님께 찬양을 드린다고 생각합니다.
4. 찬란하게 삽시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모름지기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힘쓰고 매사에 자기의 생활이 더욱 성실하도록 힘써야 합니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우리 모두 주님께서 맡겨주신 소명을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늘 자신을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쪼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소금과 빛’의 삶으로써 응답하여, 그분의 충만한 은총 안에 늘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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