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6주일 (마태 5,17-37)
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오늘은 연중 제6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십니다. 사실 누구나 이런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성령 안에 머물려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1코린 2,10 참조)
1. 손을 뻗어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라(집회 15,16)
얼마 전에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의 ‘따뜻한 이야기’ 항목에 어떤 신자분이 저에 대한 얘기를 소개한 글을 봤습니다. ‘29시간 동안 7대의 미사를 봉헌하신 신부님’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하나도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왠지 쑥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달린 “너무도 당연한 의무가 존경을 받아야 하는 현실,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지요”라는 댓글이 제 마음에 아주 특별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원하는 대로”(집회 15,16) 선택하라는 자유를 분명히 허락하십니다. 아울러 그분께서는 우리의 “행위를 낱낱이”(집회 15,19) 굽어보신다고 깨우쳐주십니다. 이렇게 볼 때에 바티스타 몬딘(B. Mondin)이 통찰했듯이 “인간은 미완의 존재이며, 결핍되고 패망한 존재가 될 수” 있지만, 주님 안에서 완전한 자유인 곧 구원된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 우리는 하느님의 지혜를 말합니다(1코린 2,7 참조)
우연히 듣게 된 가수 노사연씨가 부른 ‘바램’이라는 노래 가사가 제 귀에 꽂혔습니다. 특별히 마지막 대목이 그랬습니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 (중략) /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진솔한 삶에서 우러난 지혜가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이만하면 저도 살 만큼(?) 살았다는 뜻일까요?!
사도 바오로는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이 지혜 때문에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를 받아들여 영광스럽게 된다고 새겨줍니다. 참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지혜로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1코린 2,9) 것들을 체득(體得)합니다.
3. 너희의 의로움이 커지도록 하여라(마태 5,20 참조)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라고 하시면서, 우리의 의로움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만큼 커질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마태 5,20 참조)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우리는 적당히 ‘예’라고 답하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입니다. 또한 우리는 교활해서 진실로 ‘아니요’라고 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에게서 멀어집니다. 긍정(肯定)의 ‘예’라는 답이 존재하지 않는 자리에는 악(惡)이 밀고 들어오게 마련입니다”라고 하시면서, 우리가 성모님처럼 ‘긍정의 응답’으로 주님을 향하여 살라고 깨우쳐주셨습니다.
4. 당연한 것이 당연해지도록
미사 때 바치는 ‘감사송’에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만일 우리의 삶이 감사의 연속이라는 생각에 이른다면, 그 어떤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한들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존경받고 칭찬 듣는’ 일로 변질(變質)될 때에 우리의 구원은 멀어져 갈 것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항상 주님의 뜻에 기꺼운 마음으로 ‘예’라고 응답하는 지혜의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디 우리가 당연히 가야 할 길을 주님의 은총 안에서 시곗바늘(時針)처럼 묵묵히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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