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7주일 (마태 5,38-48)
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오늘은 연중 제7주일입니다. 오늘 전례를 통하여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처럼 거룩하고 완전하게 되어, 참된 하느님의 성전인 교회”가 되라고 초대하십니다. 사실 이 초대는 감격스러우면서도 버거운(?)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걱정하지 맙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것”(1코린 3,23 참조)이기 때문입니다.
1. 너희는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17)
얼마 전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소위 N포세대-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의 도서 구입 패턴이 ‘자기계발서’ 쪽에서 ‘내면(內面)을 다스리는 대처법’에 대한 관심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출판평론가들은 “자기계발서가 마약처럼 일시적 마비 효과를 줄 수야 있겠지만, 요즘 같이 취업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쪽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는 참으로 공감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를 통하여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거룩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시면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고 덧붙여주십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온갖 어려움 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지켜내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웃(타인)과 함께할 수 있는 성화(聖化)의 길로 향하라고 깨우쳐주십니다.
2. 너희는 하느님의 성전이다(1코린 3,16)
최근에 다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대중가요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 그런 의미가 있죠 /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께서는 “아무도 인간을 두고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1코린 3,21)라고 권고하시면서, 아울러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방식으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려는 잘못에 빠지지 말라고 새겨주십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세상의 허황된 어리석음에 휩쓸리지 않고, 하느님의 영(靈) 안에서 날로 새롭게 되는 그분의 성전(聖殿)이 될 수 있습니다.
3. 너희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독일의 수사신부였던 토마스 아 켐피스는 「준주성범(遵主聖範)」에서 “사랑은 위대한 것이며 가장 값진 보배다. 사랑만 있으면 모든 짐이 가벼워진다. 사랑은 위로 오르려 하기 때문에 세상 그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는다. 이는 사랑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모든 피조물 위에 계시는 하느님 외에는 사랑이 머물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가르쳐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래야만 하느님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이 된다”(마태 5,44-48 참조)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제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저도 역시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결코 쉽진 않지만, 아직은 하느님 아버지처럼 완전하게 되고 싶은 열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힘입니다.
4.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어라(신명 28,2 참조)
구약성경의 「시편」 저자는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자랑하여라. 주님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 105,3-4)고 깨우쳐줍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시는 길이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의지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내 자신의 의지가 되도록”(「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7항 참조) 우리의 마음을 연다면,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분명 우리의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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