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교회는 사순 시기를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과 좀 더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초대합니다. 우리 모두 이 은총의 때를 통하여, 희생 극기(犧牲克己)와 참회 보속(懺悔補贖)으로써 하느님의 의로운 자녀로(로마 5,19 참조) 거듭나도록 해야 합니다.
1.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참조)
오늘 제1독서에 보면, 본래 하와는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창세 3,2 참조)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단 한 자(字)도 틀림없이 아주 잘 기억(記憶)하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하와는 “너희가 하느님처럼 죽지 않게 된다”(창세 3,4 참조)는 뱀의 부추김에 회가 동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더 이상 의미 없는 기억’으로 간주해 버렸습니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알몸’(창세 3,7 참조)을 통해서 ‘누가 생명의 진짜 주인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이를 두고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께서는 「화해와 참회」에서 “에덴에서의 첫 범죄는 인간이 하느님께서 내리신 명령에 대한 정면 대결, 경쟁적 행위, ‘그분처럼 되려는’ 빗나간 허세 등을 통하여 그분을 제외(除外)시킨 것”이라고 깨우쳐주셨습니다. 결국 인간은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삶 안에서 하느님을 제외하는 순간부터 죄에 열리게 되고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2.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마태 4,7)
작년 세계청년대회 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청년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인생의 ‘공허한’ 스릴(전율)을 찾고 있습니까? 아니면 삶의 의미와 충만함을 주는 힘을 느끼고 싶습니까? 무엇을 원합니까? 충만함을 찾을 수 있고, 새로운 힘을 얻는 길이 있습니다. 사고, 팔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물이나 방법이 아니라 인격(人格)입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하시면서, 하느님만이 인간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풀어주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로마 5,19)라며 “하느님의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죽음이 지배한 세상을 다시 충만하게”(로마 5,15 참조) 했음을 선포하십니다.
3. 하느님만을 섬겨라(마태 4,10)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igmunt Bauman)은 ‘액체근대성(液體近代性)’이라는 용어로써 오늘날 인간의 조건을 묘사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위험과 공포 앞에 직면하게 됐다고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은 과거보다 더 편리하고, 더 간편하고, 더 신속하고, 더 풍족한 삶을 구가하는 현대 세계가 치러야 할 어쩔 수 없는 대가(代價)라는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미 광야에서 꼬박 40일 동안 단식하신(마태 4,1-2 참조) 예수님께서 악마로부터 받으신 유혹들을 단호하게 물리치신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여기서 광야(廣野)는 인간이 하느님을 향해 가는 여정의 흔적입니다. 또 40일 단식(斷食)은 인간이 하느님 안에 일치하게 된 충만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만일 인간에게 광야와 단식의 체험이 없다면, 그는 하느님을 올바로 섬길 수 없을 것입니다.
4.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자(에페 3,14 참조)
성 레오 대교황께서는 “육체가 자기 판관인 영혼에게 복종하고, 영혼이 자기 주인인 하느님의 다스림을 따를 때 인간에게 참 평화와 참 자유가 있게 됩니다”(「사순 시기 강론집」)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했을 때, 우리 안에 비로소 구원된 모습이 드러납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미사 ‘본기도’처럼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달아, 회개의 삶으로 그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합니다. 부디 주님께서 파스카의 기쁨을 향한 우리의 영적 여정에 언제나 풍성한 자비로써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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