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순 제5주일입니다. 구약성경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인장(印章)처럼 나를 당신의 가슴에, 인장처럼 나를 당신의 팔에 지니셔요.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정열은 저승처럼 억센 것. 그 열기는 불의 열기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한 불길이랍니다. 큰물도 사랑을 끌 수 없고 강물도 휩쓸어가지 못한답니다. 누가 사랑을 사려고 제집의 온 재산을 내놓는다 해도 사람들이 그를 경멸할 뿐이랍니다.”(아가 8,6-7) 모름지기 사순 시기는 우리를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때입니다.
1. 내 백성아, 너희를 데려가겠다(에제 37,12 참조)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님은 “‘서로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일치’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말씀하시면서, “일치란 단순히 말과 생각의 일치가 아니라, 내 삶의 짜깁기와 다른 사람 삶의 짜깁기가 일치하는 것으로서 나의 삶이 다른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깨우쳐주셨습니다.
제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내 백성아, 내가 너희 무덤을 열고, 너희를 끌어내어,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놓겠다”(에제 37,12-14 참조)고 선언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님께서 얼마나 이스라엘을 끔찍이도 사랑하시는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2. 여러분의 죽을 몸이 다시 살 것이다(로마 8,10-11 참조)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에게 ‘너는 (내 안에서)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라고 통찰했습니다. 사실 인간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에, 사랑은 그 자체 안에 이미 영원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신실하고 영원한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하느님의 영(靈)이 ‘죽을 몸’, 곧 ‘죽음을 향해 있던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하셨다”(로마 8,8-11 참조)고 선포하십니다. 참으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신실하신 사랑은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고 밝히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3. 주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요한 11,36 참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회칙 「인간의 구원자」에서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사랑이 계시되지 않을 때, 인간이 사랑을 만나지 못할 때,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할 때, 사랑에 깊이 참여하지 못할 때, 인간은 자기에게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게 되며 그의 생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던 라자로의 죽음 앞에 마음이 북받치시고 눈물을 흘리셨다”(요한 11,32-36 참조)고 전합니다. 여기서 라자로는 우리의 예형(豫形)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주님께서는 이른바 ‘물질주의와 상대주의와 무관심주의’라는 무덤 속에 갇혀있는 우리에게 크게 외치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이리 나와라.”(요한 11,25.43 참조)
4. 너는 믿느냐?(요한 11,26)
교황청 성서위원회는 ‘라자로의 부활’(요한 11,1-44)처럼 예수님께서 행하신 ‘예외적인 행위’에 대하여 “증명되고 기록된 표징(表徵, semeia)들은 예수님에 대한 막연하지 않고 명백한 구체적 믿음, 따라서 그분에게서 오는 생명으로 인도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성경의 영감과 진리」 참조)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죽을 몸’인 우리를 ‘부활과 생명’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부디 우리를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영원히 살게 하시는 주님의 영으로 충만한 삶이 되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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