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오늘은 예수 부활 대축일입니다. 프랑수아 바리용(François Varillon)은 “하느님이 필요하기 때문에 긍정하고, 하느님이 필요 없기 때문에 부정한다. 이 대립된 두 형식은 모두 빈약한 발상입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모름지기 주님의 부활은 질그릇 같은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완성입니다.
1. 성 베드로 사도 : 함께 하는 삶
「행복의 기원」(서은국 지음)이라는 책의 말미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또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설명도 보입니다. 이 책을 통해, ‘행복이란 인간을 생존케 하는 구체적 경험’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사도 10,41)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음식을 먹었던 베드로 사도가 얼마나 행복해 했을까 하고 헤아려봅니다. 단지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확인을 뛰어넘어서, 예전에 이미 ‘함께 먹었을 때’ 느꼈던 그 행복을 되찾은 기쁨이 더해졌을 것이라고 헤아려봅니다.
2. 성 바오로 사도 : 생각하는 삶
독일 출신의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의 ‘무사유(無思惟)’ 때문에 발생하는 일련의 끔찍한 비극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녀의 통찰을 통해서,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리와 선’에서 멀어지게 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로 3,2)라고 권고합니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 ‘생각과 행위’는 내밀하게 하나로 엮여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참된 믿음의 행위를 원한다면,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은”(로마 10,17 참조) 바를 반드시 ‘생각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3.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 열망하는 삶
며칠 전 부활 인사를 겸해서 세 가지 암에 맞서 투병하는 엘리사벳 자매를 방문해 봉성체를 해드렸습니다. 이제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로 누워있는 환자의 모습 앞에서, 저는 도저히 할 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바로 전날 사제 연례피정을 마치고 나온 제 얼굴보다 훨씬 더 평안하고 빛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요한 20,2)라며, 한동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녀에게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라며 당당히 증언할 수 있는 ‘파스카의 기쁨’을 선사하셨습니다. 그래서 캔터베리의 안셀모 성인께서는 막달레나 성녀를 기리며 “사랑받았기에 선택받았고, 하느님께 선택받았기에 사랑받았다”는 기도를 바쳤습니다.
4.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올해 제가 참여한 피정에서는 바오로 사도께서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을 중심으로 묵상하였습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목전에 둔 때에, 바오로 사도의 ‘고난 목록’(2코린 11,23-29 참조) 앞에서 한없이 볼품없는 저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바오로 사도는 항상 자신을 거칠고 투박한 싸구려 ‘질그릇’(2코린 4,7)에 비유하였습니다. 사실 우리들도 사도와 똑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부활 생명’이라는 값진 보물을 담아 주셨습니다. 부디 여러분 안에 주님 부활의 은총이 충만하여 흘러 넘치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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