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생활 속의 복음]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마태 26,14─27,66)

namsarang 2017. 4. 8. 17:43
[생활 속의 복음]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마태 26,14─27,66)
정연정 신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령 「하느님 얼굴 찾기」에서 “모든 그리스도인과 봉헌된 이는 세례를 통하여 참 하느님을 찾는 이 순례를 시작하라는 부르심을 받습니다. 이 순례는 성령의 활동으로 그리스도를 더 가까이 따르기, 곧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점점 더 닮는 길이 됩니다”라고 밝혀주셨습니다. 모름지기 사순 시기는 주님을 따라 순례를 배우는 때입니다.



1. 거역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이사 50,5 참조)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책은 소위 ‘감금증후군’ 때문에 ‘유령인간’으로 9년을 살았던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입니다. 혼수 상태의 식물인간처럼 지냈던 저자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로부터 느꼈던 ‘절망, 고통, 외로움’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그중에서도 간병에 지친 어머니의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에 가장 큰 절망을 느꼈다고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른바 ‘주님의 종의 노래’[42,1-4(5-9); 49,1-7(8-13); 50,4-9(10-11); 52,13-53,12] 중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종은 극심한 ‘모욕, 수모, 고통, 굴욕’ 속에서도 주님께서 도와주고 계심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 앞에 닥친 운명을 거역하지도 않고 빠져나갈 길을 도모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그의 얼굴을 늘 주님께 향한 채로 자신에게 닥치는 악에 의연히 맞섭니다.



2.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한다(필리 2,8 참조)

얼마 전에 저희 본당 신자들과 함께 영화 ‘벤허(Ben-Hur)’를 보았습니다. 이미 몇 차례 봤지만, 이번에는 “내 목숨은, 내 의지로, 내가 기꺼이 내 주는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습니다. 정말로 우리에게는 예수님의 마음과 일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제2독서는 ‘그리스도 찬가’(필리 2,6-11)라고 잘 알려진 부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지만, 당신 스스로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어 우리를 위한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자기비허(自己卑虛, Kenosis)’야말로 우리들이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깨고 예수님께 온전히 의탁할 수 있는 영적 여정을 열어줍니다. 비로소 우리는 주님과 “같은 생각, 같은 사랑, 완전한 기쁨”(필리 2,2 참조)을 살게 됩니다.



3.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마태 26,39-44 참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서 「구원에 이르는 고통」에서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시는 그리스도는 ‘고통의 진실을 통한 사랑의 진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시면서, “이 고통을 통해서 그분은 속량을 성취하시는 것입니다”라고 깨우쳐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극심한 고통과 절망 중에서도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42.44 참조)라고 세 번씩이나 기도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서 돌아서는 것’이야말로 ‘죄악(罪惡)의 뿌리’라는 것을 성찰케 합니다. 참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이 당신처럼 ‘하느님의 뜻’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십니다.



4. 이제 일어나 가자(마태 26,45-46 참조)

교황 칙서 「자비의 얼굴」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십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비의 지평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완성될 위대한 사랑의 신비를 의식하시며 수난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우리에게 새겨줍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지내면서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마태 26,22)라고 장담하면서도, 사실은“주님 얼굴을 찾는”(시편 24,6) 길에서 동떨어진 우리 모습을 살펴야 합니다. 부디 우리 신앙의 절정인 파스카 성삼일의 은총으로 충만하시길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