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다문화 가족을 품어 안는 아름다운 작품

namsarang 2009. 5. 31. 23:16

다문화 가족을 품어 안는 아름다운 작품


박공식 신부(광주대교구 이주사목 담당)


아침에 센터에 들어서면 여러나라 말로 인사를 해야 한다. 굿모닝, 신짜오, 니하오, 마간당, 오하이오고자이마스, 안녕하세요.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태국 등 각 나라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온 것이다.
 우리 광산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한국어 및 문화교육, 가족 및 배우자 상담, 취업 및 창업 지원 등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들의 역량을 키워 그분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도록 돕는 것이 그 목적이다.
 우리 센터는 채 150㎡(약 50평)가 안 되는 임대 건물이다. 하지만 하루 많게는 100명에 가까운 결혼이민여성들이 센터를 이용한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아이와 함께 오는 여성들이 많다.
 한국어를 배우는 반은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비좁은 교실은 이주민 여성들로 빽빽하다. 이들과 함께 하는 한 수녀님은 이곳이야 말로 21세기판 '상록수'가 재현되고 있는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은 보육실로 맡겨진다. 보육실에서 문제가 생기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보육실로 투입돼 아기를 돌봐야 한다. 사제인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사제의 모습이 영 어색한지 내가 아기를 안을 때면 직원들은 저희들끼리 키득거리곤 한다. 공부하는 여성들도 나를 빤히 쳐다보곤 한다.
 그래도 아기들은 날마다 센터에 머무는 나를 알아보는지 자원봉사자들 품에서 막무가내로 울다가도 이상하게 내가 안으면 울음을 뚝 그친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우는 아기들이 감당이 안 될 때면 이렇게 말한다.
 "우는 아기는 신부님께 데려가세요"라고. 이 참에 아기를 잘 보는 '베이비씨터 사목'을 해볼까나. 하하하.
 매주 목요일은 요리교육이 있는 날이다. 우리 센터가 너무 좁아 인근 성당 주방을 활용한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어 보면서 나름대로 손맛을 자랑한다. 한 달에 1만 원이라는 '거액' 재료비를 내기에 교육 시간에 자신이 만든 음식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한 번은 베트남 출신 한 여성에게 오늘 만든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음식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고 하면서 불쑥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내민다. 그리고 서투른 한국말로 "한 번 드셔 보세요"라고 한다.
 가족들 줄 것도 모자랄텐데 기꺼이 음식을 나눠주는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은 특별히 맛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성과 마음이 담긴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오늘도 우리 센터에서는 결혼이민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우리사회가 다문화 가족을 품어안는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