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주님승천 대축일- 제자들은 곳곳에 복음을 선포했다

namsarang 2009. 6. 7. 17:47

[생활속의 복음]

주님승천 대축일- 제자들은 곳곳에 복음을 선포했다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승천(昇天)'이란 글자 그대로 하늘에 오른다는 말입니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은 하늘에는 하느님과 천사들, 성인들이 사는 나라가 있고 땅 속에는 마귀나 악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사명을 완수하신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마치시고 하느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셨다는 뜻을 담은 표현이 승천입니다.
 물론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러한 승천을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1961년 세계 최초 우주 비행사로서 1시간 29분 만에 지구 상공 일주에 성공한 옛 소련 우주 비행사 가가린은 "하늘에 올라가 우주 공간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거기에 신은 없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에 반해 아폴로 15호를 타고 네 번째로 달에 간 미 우주 비행사 제임스 어윈은 "하늘에 올라보니 우주의 광대한 모습과 아름다움에 하느님께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렇듯이 주님 승천의 뜻은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에 천사들과 함께 좌정하고 계신다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만은 아닙니다.
 
 시인 고 천상병은 시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돌아갈 곳이 하늘나라임을 시인은 예리한 감수성으로 남다르게 갈파했던 것입니다.
 우리 신앙에서 승천은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심으로써 이제 예수님 생전의 이스라엘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예수님처럼 우리가 궁극적으로 돌아갈 곳은 하늘나라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살면서도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으로 한계 있는 인간 삶의 모든 어려움과 시련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는 것이 승천 신앙인 것입니다.
 
 2000년 7월 30일, 대학 4학년이던 아리따운 처녀 이지선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와 함께 승용차로 귀가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음주 운전자가 낸 6중 추돌 사고로, 응급실을 향해 달려가는 구급차 안에서 환자 곁을 지키던 오빠는 "살 가망이 없으니 동생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지선의 상태는 4~5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중상환자로 의사들마저 치료를 포기한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7개월간 입원, 11차례 수술,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치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더 이상 예전의 곱던 얼굴은 찾아볼 수 없고 온몸에 화상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지만 이지선은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사는 것은, 살아남는 것은, 죽는 것보다 훨씬… 천 배 만 배는 힘들었습니다. 그 귀한 삶을 동정하지 마십시오. 넘겨짚지도 마시고 오해하지도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세상에 정말 중요하고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입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사랑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절망이 얼마나 사람을 죽이는 것인지, 희망은 얼마나 큰 힘이 있는 것인지, 행복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정말 세상에 부질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기쁨과 감사는 얼마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아무리 힘들 때에도 '여기가 끝이 아니다' '네게 희망이 있다'는 하느님 말씀이 들려와 참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저를 살려주신 섭리가 있으실 테니까요."
 살더라도 사람 꼴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지만 외국으로 유학 가 재활상담과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이지선의 이야기입니다.
 
 이렇듯이 부활과 승천을 믿는 신앙인들은 세상을 살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과 하늘나라를 희망하면서 삶의 어려움들을 극복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복음을 살고 선포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 하실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복음을 실천하며 이웃과 함께 나누려고 노력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완성은 이 세상에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승천하여 계신 하늘나라에서 이뤄질 것이며 그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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