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암 김영록님의 시

구름이고 싶다

namsarang 2009. 6. 17. 23:00

 

구름이고 싶다



글 / 九岩 김영록


   허공을 돌아 현천(玄天)마루로 다가서는

밤바람 따라 흔들리는 풍경(風磬)소리의 긴 여운

시간을 마디마다 딛고 오는 초침(秒針)소리...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되돌릴 수없는 길을 멀리 왔다는 뜻이리라


계절의 품안에서 가을을 떠 올리며

한 손을 귀에 갖다 대도 잘 안 들리는 나이

떨어지는 낙엽들은 지기 전부터 외로움을 알았다

한번 들어가면 그만인 문고리 없는 육중한 문 앞

하얀 국화와 짙은 향연(香煙)이 몸부림치는

끝 모를 이별의 촛불 하나 밝혀 놓고


너의 눈동자 속을 떠도는 흰 구름이 되어

내 고향 아늑한 품속에 안기어

어린 애동무 시절 우리 서로 불러주던 이름을

목이 메어 부르는 초혼(招魂)처럼

촉촉하게 불러 보고 싶다

(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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