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 신부(살레시오회, 돈보스코자립생활관 관장)
'우리집'에는 기술학교에서 직업 기술교육을 이수하고 조그만 공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이 공장들은 시설이 잘 갖춰진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항상 걱정되는 것이 안전사고다. 자립생활관에서 살다간 경훈이라는 친구가 있다. 경훈이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교호 보호시설에서 3년을 살다 취업을 위해 1년 과정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에서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자립생활관에 왔고 두 달 후 직장 가까이에 있는 곳에 월세로 집을 얻어 나갔다. 경훈이가 떠난 몇 달 후 전화가 왔다. "신부님! 여기 광명시에 있는 병원이에요. 사고가 나서 지금 입원해 있어요." "어떤 사고 길래 병원에 입원할 정도니?" "신부님! 사실은 공장에서 밀링 작업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이 잘려 나갔어요." 당황해서 다시 물었다. "치료는 어떻게 받고 있니?" "1차 봉합수술은 끝났고 지금 2차 재봉합수술 기다리고 있어요." 전화를 끊고 병원으로 갔다. 7층 입원실은 사고로 손가락 또는 팔이 절단된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동인 것 같았다. 경훈이는 혼자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경훈아! 생활관에 와서 다시 신부님하고 같이 생활할 마음 없니?" "신부님! 마음 같아서는 신부님과 같이 살고 싶지만 제가 신부님을 떠날 때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나 면목이 없네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예, 아니오'라고만 대답해라." "생활관에 다시 들어와 생활하고 싶니?" "예…. 신부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좋다. 일단 너는 치료를 받고 신부님은 사고 뒷수습을 할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경훈이는 자립관을 떠난 뒤로 규칙적인 식사와 생활을 하지 못했다. 퇴근 후 PC방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을 나가다 보니 피곤이 쌓였던 것이다. 사고 당일에도 졸음을 참으며 일을 하다가 깜박 졸았고, 그 순간 밀링에 엄지손가락이 잘려나간 것이다. "나가 사니 좋더냐?"하고 물으니 "신부님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이렇게 세상 사는 것이 고통스러운 줄 알았으면 절대 신부님을 떠나지 않았을 거에요"하며 긴 한숨을 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게다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봉합 수술과 손가락 성형 수술, 돌봐줄 사람 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수습한다는 것은 경훈이에게 너무 벅차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부모님 사랑과 돌봄 없이 힘겹게 살아온 경훈이에게 이제는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 싶다. 함께 사는 친구들에게 이제는 너희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나의 친구들아,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 함께 가자꾸나." |